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은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며 재미 및 재일한인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영주권자 171만 명과 회사 주재원, 유학생, 외교관 같은 단기 체류자 115만 명 중 선거권이 있는 19세 이상 210여만 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대선 1·2위 득표차가 57만 표였던 걸 생각하면 재외국민 210만 표는 대선에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정치권은 대선에서의 유 불리를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기를 바란다. 따라서 정치권은 국민의 주권 행사문제를 정략의 저울대에 올려놓고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건 헌법과 해외국민을 모독하는 처사라고 본다. 또한 투표권을 줌으로 해서 한인사회가 분열된다는 사람도 있으나 선거에는 반드시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므로 분열의 염려는 안 해도 된다.
당시 반대를 위한 반대론자들은 중국동포, 조총련 재일동포 심지어 북한동포까지도 투표권을 주어야 한단 말이냐고 반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는 볼 수 없지 않은가. 유신헌법이 발효하면서 1972년 12월 해외국민 투표제도를 없앤 이래 한 세대 만에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복원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오래전부터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적과 대한민국에서 발행한 여권을 갖고 있는 데도 단지 주민등록이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해외 한인들의 참정권은 원천봉쇄 됐고, 국민적인 열기 속에서 진행되는 대선도 해외에서 사는 우리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지적대로 세계화시대 민주국가에서 단지 국내에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주권 행사를 막는 건 불합리하다. 대다수 선진국이 많은 국민으로 하여금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세계적 추세에 부응한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나 권리는 주민등록 여부에 좌우돼서는 안 되며 병역·납세 등 의무의 반대급부도 아니라는 헌재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하는 사람들은 투표권이 없는 해외 한국인들을 우습게 여기고 업신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유권자의 자격이 있든 없든 투표권이 없으니 쓸모없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에는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들락거린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인들을 식당에 모아 놓고 거들먹거렸다. 이제는 그들도 투표권을 가진 한인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기지역 유권자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눈치를 본다. 한 가족 중에도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투표권이 없는 시민권자라 해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헌재의 지적대로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은 선거관리의 어려움과 부정선거의 우려 등 구체성을 결여한 추상적인 위험으로 제한할 수 없다. 어떻게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왈가왈부 할 것이나 우편투표 하겠다고 등록하는 사람에게 전산망을 통한 대한민국 여권번호를 대조한 후 등록을 받아들이고 투표용지를 발송해주면 될 수 있지 않은가. 지난 5월에 휴스턴에서 실시한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총회장 선출 때에 최초로 우편투표를 도입해서 필자도 현장까지 가지 않고 집에서 투표했듯이 모두 성공리에 좋은 결과를 보았다. 해외한인 210만 명의 유권자가 있다고 하나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같은 지역인 워싱턴 한인회장 하나 선출하는데 투표율은 20만 한인 중 불과 3~4천명에 불과 하다. 유권자를 반으로 계산해서 10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3~4천명은 3~4%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100마일, 200백마일 또는 그 이상의 거리에서 투표하기위해 대사관 또는 지역 영사관까지 찾아가 투표 할 사함이 몇이나 되겠는가. 직접 투표와 우편투표를 병행해야할 것이다. yuhungju@hotmai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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