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드라마와 영화에 잇따라 캐스팅
솔직히 사춘기 때는 ‘순돌이’라 불리는 게 너무 싫었어요. 지금요? 고맙죠. 저를 그렇게라도 사람들이 기억하고 알아주시는 거잖아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아역 출신 연기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려고 할 때 자신을 ‘어른’으로 봐주지 않는 데 있다. 더구나 얼굴이 어린 시절에 비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자신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지만 대중은 여전히 과거지향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 배우 이건주가 스물여섯이 된 지금까지도 ‘순돌이’로 불리는 것 역시 그런 까닭이다.
그런데 올해는 좀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바야흐로 그에게도 드디어 아역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온 듯 하다.
이에 대해 그는 군 복무(2004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마치고 나니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건주는 28일 첫 방송하는 SBS ‘칼잡이 오수정’에서 외모가 전혀 상반된 오지호의 아역으로 등장하는데 이어, 8월20일 시작하는 SBS 사극 ‘왕과 나’에서는 개성 있는 내시 역을 맡았다. 또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가을에 개봉할 한 영화에서는 화제가 될 만한 인물을 연기했다.
사실 다시는 아역을 맡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간 아역 이미지의 장벽이 너무 높아 성인 연기자로의 변신이 쉽지 않았거든요. 제게는 아역을 했다는 게 오히려 콤플렉스로 다가왔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왜 다시 아역을 맡았냐구요? 저랑 비슷한 외모의 누군가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몸짱, 얼짱인 오지호 씨의 아역이잖아요. 이슈가 될 것 같아 흔쾌히 출연하게 됐어요.
나이 스물여섯에 이건주가 오지호의 고등학교 시절을 연기하게 된 데는 ‘칼잡이 오수정’이 ‘폭탄남’에서 ‘킹카’로 변신하는 남성의 이야기이기 때문. 고등학교 시절에는 뚱뚱하고 한심한 외모였지만 실연을 당하고 난 후 절치부심 몸짱의 킹카로 변신하는 인물이다.
오지호 씨를 촬영장에서 처음 봤을 때 ‘형 죄송해요’라고 인사했다며 웃은 이건주는 누구의 아역을 맡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나와 상반된 인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왕과 나’에서는 극중 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가 등장한다. 아역 출신 배우 이건주가 데뷔 20년 만에 자신을 쏙 빼닮은 아역을 얻은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성인이 됐다는 실감도 들고 정말 기분이 묘해요. 설레고 재미있어요. 제 어린 시절을 연기할 배우를 봤더니 이목구비가 정말 비슷해 신기했어요. 또 또래들보다 덩치가 큰 아이를 고르셨더군요(웃음).
1986년 5살 때 MBC 6ㆍ25 특집극 ‘시사회’로 데뷔한 이건주는 1987년 말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한지붕 세 가족’에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꼬마 ‘순돌이’로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별똥왕자’ 시리즈 등을 통해 최고의 아역 배우로 주가를 높였던 그는 그러나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연예계 은퇴를 결심했다.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때는 정말이지 ‘순돌이’가 싫었어요. 연예계에 지치기도 했구요. 다시는 연기를 안 하겠다고 결심했죠. 하지만 연기를 안 한다고 평범하게 살 수는 없더라구요. 이도저도 아니게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2001년 인터넷 방송 DJ로 다시 연예계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컴백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당시 ‘’순돌이’가 돌아왔다’는 내용의 기사는 엄청 많이 났어요. 그런데 그뿐이었어요. 제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어요. 성인이 된 저를 쓰려고 하는 감독님들이 없었죠. 그래서 방황하다가 입대했습니다.
기회를 얻은 지금도 그는 불안하다.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데 지금의 행복이 끝날까봐서다.
요즘 진짜 행복해요. 그런데 겁이 많이 나요. 이러다 또 말까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왕과 나’가 50부작이라는 점이에요(웃음). ‘순돌이’ 이건주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지켜봐주세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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