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1999년 시작돼 만 8년 만에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놀랄 만한 수준의 특수효과 기술을 뽐낸다.
심형래 감독과 그가 이끄는 영구아트의 직원들이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냈다는 ‘디 워’의 실감나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은 ‘반지의 제왕’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시선을 끌 만큼 완성도를 자랑한다.
‘용가리’의 수준을 보고 비아냥거렸던 사람들에게 심 감독은 절치부심해왔음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한 편의 영화에 바친 그의 열정이 새삼 놀랍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일정 정도의 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B급 영화’로서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이 영화는 그러나 되레 분명하지 않은 타깃층 때문에 불안하다.
어차피 내용보다는 특수효과의 화려함과 정교함으로 승부를 건 80여 분의 상영시간에 모든 걸 담기는 힘들었을 터. 그렇다 해도 전설 속 동물의 재현에 열광하기에는 빈약한 구성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물론 이 영화는 오락 상업영화이고, 그 어법에 충실하려 했으니 모든 것을 바라는 것이 욕심일 수 있다. 오히려 이것저것 욕심내다 아무것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과감히 생략했다고 보는 게 낫다.
어찌 됐든 심 감독은 영화 시작부터 세계를 겨냥한 한국 영화임을 분명히 밝힌다.
영화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은 김홍도의 풍속도를 배경으로 붓글씨 같은 결에 영어로 이름을 실었다. 또한 ‘아리랑’이 연주되며 막을 내린다.
내용 자체도 지극히 한국적이다. 여의주를 품어야 용이 되는 이무기의 전설이 모티브. 한국 전설임을 분명히 밝히며 한국의 정서와 문화 유물 등을 소개하려는 ‘애국심’마저 엿보인다.
빈약한 내용과 어설픈 구성 때문에 때로 실소가 나온다 할지라도 ‘디 워’를 누구도 쉽게 깎아내리지 못하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기술적 성과 때문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특수효과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백주 대낮에 LA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무기와 그의 추종 세력들의 대공습 장면은 게임을 즐기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선과 악의 두 이무기가 결투를 벌이고 마침내 선의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하는 모습도 실감난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발전이 덜 이뤄진 한국의 관객에게 ‘디 워’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B급 영화 관객이 만만찮은 미국에서는 성공 쪽에 무게를 두는 듯 미국 측 배급사인 프리스타일은 9월14일 개봉시 이미 1천500개 스크린을 확보했고, 2천 개까지 확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방송사 기자인 이든(제이슨 베어 분)은 LA 한복판에서 일어난 원인 모를 참사를 취재하던 도중 이 사건이 자신과 연관이 있음을 느낀다. 15년 전 한 골동품 가게에서 들었던 한국의 이무기에 관한 전설이 떠오른다. 골동품 가게 주인 잭은 500년마다 여의주를 품어야 승천하는 이무기의 전설을 들려줬던 것.
이든은 그 자체가 여의주인 여자 세라(아만다 브룩스)를 찾으려 하고 두 사람은 만난다. 여의주를 가로채려는 악의 이무기 브라퀴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세라를 찾기 위해 LA 도시 전체를 쑥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쫓기는 두 사람에게 운명은 절체절명의 선택을 강요한다.
3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여된 ‘디 워’가 어느 정도의 한국 관객과 세계 관객을 끌어모을지 영화가 공개되니 더 궁금해진다.
8월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ka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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