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마음을 졸이면서 조속한 석방을 기대하는 가운데 무자비한 탈레반 파는 23명의 한인 의료봉사단 단원들 중 인솔자인 배형규 씨와 심성민 씨를 사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탈레반은 누구인가. 그들은 종교적으로는 모슬렘 정통파라는 수니에 속했고 인종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 종족에 속하는 테러분자들이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왕정이 무너지고 소련의 지원을 받던 좌파정권 시절 그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슬람 무장세력(무자헤딘)의 하나였다. 냉전 시절이었기 때문에 소련 영향력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몰아내려는 이슬람 전사들은 미국 CIA의 금전적 지원과 무기 공급을 받게 되었다. 또 미국의 우방이며 아프가니스탄의 이웃나라인 파키스탄에서의 무자헤딘 군사 훈련에도 CIA 등 미국 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양호유환(養虎遺患)이랄까, 바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과 싸워 잔뼈를 굵힌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알 카에다 조직, 그리고 탈레반이 현재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 집단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좌우간 소련군의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넘쳐나는 소련과 미국 무기로 무장한 여러 군벌들에 의해 무질서와 부패의 난장판이 되다시피 된 상황에서 탈레반의 일사불란한 군기와 부패 추방운동은 안정을 바라던 국민들의 성원을 얻어 탈레반이 1996년 9월에 수도 카불까지 점령하고 정부를 세우게 된다.
그러나 집권한 탈레반의 정책은 탈 20세기가 아니라 5세기적 이슬람의 복고풍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이슬람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TV, 음악, 그리고 영화가 금지되었다.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이슬람 법의 엄격한 집행이 뒤따라 공개 사형, 그리고 소매치기 등의 손발 자르기가 횡행했다. 특히 여자들에 대한 탈레반의 정책은 가혹하기만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렁치렁하는 부르카를 입어야 하는데 눈빛조차 남자들에게는 보여서는 안 되기에 눈 부분과 입 부분마저 거친 망사로 덮어져 있는 옷이었다. 여자들은 물론 집 밖의 일을 할 수 없게 금지된다. 아니, 한 가지는 할 수 있었는데 남자 의사들이 여성 환자들을 보는 것이 금지되어있어서 여자 의사들만 일 할 수 있었다. 여자의 교육은 8세가 끝나야 하는데 그것도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 대한 교육으로 한정되었었다.
오죽 탈레반 정권이 과격파였으면 같은 수니파의 나라들 중에서도 탈레반 정권을 승인한 나라들은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등 세 나라에 불과했다. 2001년 9.11 사변 후 빈 라덴의 기지가 아프가니스탄에 있어 미국 등 연합군이 탈레반을 격퇴하고 카르자이 대통령 정권을 세우게 된다. 이라크 침공으로 미국의 주의가 산만해진 틈새에 탈레반은 이곳저곳에서 정부군과 연합군과 항쟁하고 있다.
이슬람 순수 과격파인 탈레반에게는 기독교 등 타 종교가 원수다. 한 예로 이슬람에게는 우상숭배가 금물이다. 인류의 문화유산 중 하나라는 유명한 돌부처를 폭파시킨 게 바로 탈레반이었다. 그들에게는 대부분의 기독교들이 사용하는 십자가도 우상이다. 일본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심성민 씨의 살해는 봉사단 일행이 가지고 있었던 찬송가 등의 책에 십자가가 있는 것을 보고 저지른 만행 같다는 것이다. 탈레반만이 아니라 정통 회교 국가들에서는 회교도가 타 종교로 개종하는 것 자체가 사형에 해당되는 죄이다. 그와 같은 상황을 알기 때문에 외무부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여행가는 것을 자제하라는 주의보를 발했을 것이다. 워낙 사람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흉악분자들이기에 나머지 인질들이 무사히 돌아올지 초조한 나날이다. 하나님, 또는 알라 이름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하는 종교들이 하나님께로부터 심판을 받는 날이 빨리 오든지 해야지 답답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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