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의 젊은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 가운데 가장 절실한 것은 범죄다. 특히 빈발하는 살인, 상해, 강도 등 총기사용 범죄다. 휀티 시장이 30년 된 DC의 총기 단속법을 위헌이라고 판시한 제4 순회 연방공소법원 판결에 불복해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물론 일반 가정에 총이 있을 때 가정불화가 친족 살인 등으로 둔갑되는 비극이나 어린 아이들의 총기를 만지다가 다치거나 죽게 되는 변괴를 막는다는 차원에서는 총기단속법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콜버트 킹 이란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에 의하면 DC의 엄격한 총기단속법이 범죄자들의 총기 사용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20년 동안 DC에는 6,400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권총에 의한 것이란다. 워싱턴의 남동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 관할지역에서는 금년 들어 7월 중순까지 181건의 총격사건이 있었고 7월6일부터 12일까지 사이에 권총강도만 44건이 있었다는 통계니까 범죄의 심각성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경찰은 1만2,000정의 총기를 압수했으니까. 따라서 킹의 지적대로 문제의 핵심은 “가정과 지역사회의 파멸적 붕괴” 때문에 거두고 있는 열매라는 사실이다. 총 뒤에 있는 젊은이들은 자란 환경에 의해 감수성이 아주 마비되어 다른 사람들의 안녕은 염두에도 떠오르지 않고 후회라는 단어는 의미조차 없기 때문에 총기를 휘둘러 강도짓을 하고 남을 고통에 빠트리며 또 조그만 기분 나쁜 일도 총기로 복수하는 것이 몸에 배다시피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60대인 킹 논설위원 세대가 워싱턴 DC에서 자라던 시절에는 흑인 가정들이 당시 존재하던 극심한 인종차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어머니 주도아래 자녀들을 비교적 안온하게 키울 수 있던 환경이었다. 당시에야 청소년들 사이의 싸움이 고작해야 주먹싸움이었단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백인들 가운데도 도덕의 타락으로 미혼모들이 적지 않지만 특히 흑인들 사이에는 미혼모들이 많다. 지금은 좀 개혁되었다고는 하지만 60년대 이후 빈곤 해결을 위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웰페어 제도 아래서는 어린아이들 수가 많을수록 정부 보조가 많기 때문에 한 어머니가 아버지 다른 아이들을 너덧씩 집안에 아버지가 없이 기르는 경우가 비일비재였다. 더구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엄마들이 혼자서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을 기른다는 게 애당초 무리였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게 되고 길거리에서 ‘존경’ 받는 힘센, 혹은 권총쓰기를 잘하는 연장자들의 꼬임에 빠져 ‘범죄교육’을 자연히 습득하게 된다. 그러다 잡히면 소년법원으로 보내져 죄질이 나쁘면 소년 감옥을 가게 되는데 거기서도 선배들의 나쁜 영향은 계속되니까 나와서도 고등학교도 중퇴한 처지에 취직하기가 어려워서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더욱더 심각한 범죄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 이제는 18세가 넘어 성인으로서 법정에 서게 되고 감옥행이 된다.
미국 내 흑인들의 감옥 분포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예시한다. 미국 인구의 13%가 흑인인 반면 체포되는 사람들의 30%, 유치장 인구의 41%, 그리고 감옥 인구의 49%가 흑인이라는 통계다. 흑인 어른들의 9%가 감옥에 있거나 집행유예, 또는 보호관찰 아래 있는 것을 백인들의 2%와 비교할 수 있다. 특히 20세~29세 사이의 흑인들 가운데는 3명 중 하나가 감옥에 있거나 보호관찰 아래 있었다는 1995년 통계도 있다. 메릴랜드의 경우 감옥 인구의 79%가 흑인이었던 적도 있었다.
킹 칼럼에서의 지적대로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들을 선도하기 위한 자진봉사자들이 있지만 여기저기 구멍 난 둑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홍수를 막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관적 결론이다. 정말로 자녀들을 사랑하는 아빠 엄마의 보호 테두리 안에서 그들을 양육해야만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면 DC의 현실은 너무나도 동떨어져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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