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 이현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일보 주최 <빛의 화가 : 모네전>을 찾아 모처럼 휴식을 가졌다. 이현우가 나타나자 관람객들이 몰려들었고 이현우는 목례와 악수로 공손히 답했다.
이현우는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미술을 공부한 화가답게 모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해석을 자랑했다. 이현우는 지난해에도 한국일보 주최 피카소전을 찾아 즐겁게 관람한 바 있다. 이현우의 감상기를 들어봤다.
가수로, 배우로, 사업가로 퍽 바쁜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KBS 2TV 드라마 <달자의 봄>이 끝난 뒤에도 KBS 2FM(106.1Mhz) <이현우의 음악앨범>과 뮤지컬 <싱글즈> 출연으로 도통 짬이 나지 않았다.
라디오는 오전 생방송, 뮤지컬은 저녁 생방송으로 매일 빡빡한 일상을 꾸려가다 보니 적응하느라 꽤 힘들었다. 오전 생방송을 마치고 여의도의 집으로 돌아가 운동을 하고 다시 공연장으로 향하는 일상 속에 내 마음도 꽤나 팍팍해졌던 것일까.
모네(1840~1926)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에 달려왔다. 평소라면 운동을 할 오후 시간에 몸의 양분이 아닌 마음의 양분을 취하기로 했다.
모네는 색을 다루는 솜씨가 천재적이다. 환경을 자기 방식으로 묘사하는 게 마음에 든다. 소재도 좋고 빛을 묘사하는 능력이 타고 났다.
모네의 작품은 예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보고 오랜만에 감상했다. 모네의 대표작이기도 한 <수련>(1917~1919)은 언제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이다. 모네가 60,70대에 그린 작품이다.
그 시절에 이미 모네는 명성을 쌓았다. 광적이고 기괴한 삶을 산 화가들도 꽤 되지만 모네는 그렇지 않아 더 좋다. 지난해에 피카소 전시회도 봤지만 모네를 더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햇살 속의 수잔느>(1890)에 내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모네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수련>과는 사뭇 다르다. 유령같이 그려놓았다고나 할까. 다소 괴기스럽다. 제목이 무색하게 햇살이 여인에게 맞춰지지 않았다.
꽃과 벽지에 빛이 비췄고 여인의 얼굴은 어둡다. 모네의 작품 중 의외로 강렬한 작품이라 눈길이 갔다. 모네의 의붓딸 수잔나가 시집 가기 전 정서적으로 멀어지는 느낌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네의 작품 중 이례적인 것들에 마음이 더 머물렀다. <극작가 끌레르빌>(1858) <밀짚모자를 쓴 남자>(1857) 등 캐리커쳐는 모네 그림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뻔했다.
모네는 스케치를 한 뒤 그림을 그리는 여타 화가와 달리 스케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꿩>(1880) <과일 타르트>(1882)처럼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하는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네 말년에 그린 <장미나무 길>(1920~1922)는 모네가 일본 미술에 영향을 받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캔버스 귀퉁이를 칠하지 않게 하얗게 남겨둔 것은 동양 미술의 여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했다.
어떤 면에서는 반 고흐의 느낌도 그림에서 풍겨나왔다. <푸르빌의 바다풍경>(1881)<네덜란드의 튤립 밭>(1886)<런던 국회의사당,웨스트민스터의 탑들>(1903> <사쏘의 골짜기>(1864) 등도 고호의 느낌이 나는 것들이라 비교하며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자연의 나무나 물 흐름 등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 보이게 그려냈다. 자세히 보면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제목을 보면 그 형태가 딱 보이는 것이 대단하다. 덕분에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을 살포시 만져주고 있으니 그 재능을 질투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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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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