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더욱 빈번히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이번 주만 해도 두 번이나 참석했다. 우리 인생들에게 죽음은 낯선 것도, 그리 먼 것도 아닌데 대부분은 의식하지 않고 살려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기적중의 기적은 사람들이 마치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내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장례식에 참석할 때만이라도 누구도 예외 없이 육신의 장막을 벗고 떠나야 하는 우리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출석교회 젊은 전도사로부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가?”라는 심각한 질문이 인생길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들었는데 공감이 간다. 자기가 참되고 보람 있다고 믿는 가치와 꿈의 실현을 위해 혼신을 다 해 노력하고, 끝까지 목숨을 소모한 사람들을 잘 산 인생이라고 부러워하게 된다. 아무리 인생여정에서 영화, 부귀, 명성이 따르고, 뭇 사람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해도 종말이 수치스럽게 얼룩졌다면 결코 복된 인생이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 있었던, 낮과 밤처럼 대조적인 두 가지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중국의 식약청장이었던 Zheng Xiaoyu는 부당한 뇌물을 받고 부실한 약품을 많이 허가해 준 죄로 약 한달 전에 처형당했다. 부인과 자식들까지도 합세한 뇌물수뢰 액수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85만 달러 정도 되는데, 이 정도 뇌물로 사형까지 당했다고 의아해 할지 모르나, 중국 노동자의 1년 평균 수입이 2,000 달러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물론 뇌물의 액수에 관계없이 부당하게 허가된 약품이 끼친 해독 때문에 이러한 악을 근절하려는 의도로 시범 케이스로 처형까지 감행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통 1년에 평균 140개정도 신약을 허가하는데, 그가 8년 간 재임하는 동안에 15만 개 이상의 약품을 허가했다니 제대로 심사했을 리가 만무하다. 전쟁 후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난 그는 명석한 두뇌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경력을 착실히 쌓아나갔다. 그는 중국의 약품이 부실한 안전심사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것을 늘 염려하여, 이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8년에 중국 식약청(SFDA)의 출범을 이루어 낸 선각자이며, 제약계의 향상을 위해 혼신을 다 했는데, 끝내는 자기가 고치려 하던 부정부패의 유혹을 뛰어넘지 못하고, 바로 그 문제로 처형을 당하는 수치로 생을 마감했다. 성경의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하나의 다른 죽음은 아프카니스탄에서 전해온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 두 명의 죽음이다. 꽃다운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어린 자식과 아내, 부모형제, 친구를 남겨 두고 사랑으로 섬기던 그 땅에서 맞이한 죽음은 가슴 찢어지고, 말 할 수 없이 슬픈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죽음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린 희생의 죽음이다. 그러하기에 그 죽음은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냉정하고 잔인한 표현일까?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사랑하던 예수의 이름을 위해, 가장 잔인하고 수치스러운 죽음을 죄인들을 위해 스스로 택한 예수의 그 사랑을 실천하다가 그렇게 죽기를 남몰래 기도했을지도 모른다. 미개하고 가난한 조선에 와서 썩어져 죽은 밀알이 되어준 서양 선교사들의 뿌린 피가 있기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 오늘의 한국이 있을 것이다. 이들도 그렇게 기도하지 않았을까?
이 두 종류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C. S. 루이스가 한 말 “천국을 목표로 삼으면 그 안에서 지상도 얻게 될 것이다. 지상을 목표로 삼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 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직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심한 괴로움에 처해 있는 19명 인질의 안전하고 조속한 석방을 위해, 또한 두 분이 흘린 피가 그 흑암에 쌓여있는 척박하고 황량한 아프가니스탄 땅에 아름다운 복음의 꽃으로 피어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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