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월6일자에 뉴욕 필하모니의 평양공연에 즈음하여 두 한인 주자들의 “마음 개운치 않지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두 여성 바이올린 주자들은 한결같이 평양공연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면서, 뉴욕필 평양공연은 “북한 정권의 입지를 강화시킬 뿐, 개방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 했다. 두 여성 주자들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힐의 뉴욕필의 평양공연 필요성에 관한 설명을 듣고, 또한 뉴욕필 감독 로린 마젤이 평양공연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서야 평양공연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두 음악가의 발언에서 다시 한번 민족 분단의 쓰라린 슬픔을 씹게 한다.
우리 몰래, 우리의 의사와는 정 반대로 민족이 둘로 동강나서 치룬 대가도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크지만, 민족의 고통과 불행이 반세기가 넘도록 연장되어 가고 있다는 현실을 두 여성 음악가들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잊은 것일까? 우리 민족문제에 관해 미국사람이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쁘다는 사고방식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며, 예속 내지는 사대사상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민족의 이익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될 수는 없는 법이며, 때로는 약자와 강자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의 기초 위에서 민족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압살정책’이었으며, 90년대와 2000년대에 와서도 무력공격 계획이 있었음은 비밀이 아니다. 두 여성 주자들은 북한의 ‘개방’에 부정적이라는 말을 했지만 정작 북한으로 하여금 ‘개방’을 못하게 하는 장본인이 누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인 듯하다. 반세기가 넘도록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봉쇄 위에 온갖 구실로 국제무역의 도구인 국제금융 채널의 차단은 북한의 개방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분단을 끝장내고자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 민족 음악가 황병기 이화여대 교수, 그리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가장 많이 배출시킨 안용구 피바디 음대 교수 등은 살얼음판과 같은 냉전 시기 80년대에 평양에서 ‘통일 음악회’를 열어 국내외의 열화 같은 환영과 갈채를 받았으며 민족 화합과 번영에 초석을 놓았던 역사적인 대 사변을 다시금 생각게 한다. 최근에는 일본 총련 산하에 있는 ‘금강산 가극단’이 서울에서 공연하여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으며, 남북의 영화, 음악, 미술가들의 상호 교환이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음은 지극히 고무적인 일이다.
대가의 꿈을 안고 있는 뉴욕필의 두 여성 음악가들도 음악이 민족의 화합과 번영, 나아가서는 통일에 절대적으로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선배 음악가들이 보여준 교훈에서 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더구나 분단 민족의 일원으로 말이다.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분단 민족으로, 남들이 조소하고 멸시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냉전시대는 가버렸고, ‘6.15 공동선언’에 힘입어 남북 간에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려가는 마당에 평양공연이 개운치가 않다는 말은 정말 어느나라 민족인지 의심케 한다.
북미 국교정상화가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학자, 의사, 체육인, 정치가, 종교인들의 내왕이 연이어 있는가 하면, 미국의 각 분야의 인사들, 특히 뉴욕필의 평양공연도 상호 교류의 일환으로 북미 간의 화해와 관계정상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