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자 ‘전망대’에 실린 글을 읽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뉴욕 필하모니의 두 한국 출신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평양행을 꺼리고 있는 것을 비난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압살정책’이었으며 80년대와 2000년대에 와서는 무력공격 계획이 있었음은 비밀이 아니다. 두 여성 연주자들은 북한의 ‘개방’에 부정적이라는 말을 했지만 정작 북한으로 하여금 ‘개방’을 못하게 하는 장본인이 누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인 듯하다. 반세기가 넘도록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봉쇄 위에 온갖 구실로 국제무역의 도구인 국제금융 채널의 차단은 북한의 개방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
이 글을 쓴 분은 북한이 지금까지 개방을 못한 것은 미국의 철저한 방해공작 때문이며 두 한인 연주자는 이런 사실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이거나, 미국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사대주의자이기 때문에 평양행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우선 이 글을 쓴 분이 어떤 분일까 하는 생각부터 해보았다. 만일 젊은 분이라면 한국에서 소위 좌파 교원 노조인 전교조 소속 교사로부터 반미교육을 철저히 받은 사람일지도 모르며, 만일 이 분이 나이가 드신 분이라면 북한 독재정권을 비밀리에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나 그게 아니면 감상적 통일지상주의자일 것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글쓴이는 미국이 북한의 개방을 방해했다는데, 그가 한국에서 이런 소리를 했다면 아마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 관련자나 지지자들조차도 정신이상자라고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 노 정권도 북한의 개방을 미국이 방해했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이 북한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자기네 독재정권의 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또 미국이 북한 공격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북한이 남북합의서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무시하고 핵개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북한 핵시설 공격 계획을 세웠을 뿐이다.
미국이 국제금융 채널을 봉쇄하여 북한을 “압살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도 북한이 먼저 원인 제공을 했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상식이다. 북한 정권이 미국 화폐를 대량 위조하여 외교 파우치를 통해 해외로 유통시키려다가 적발되었고, 마약 밀거래와 미얀마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등 테러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에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은 것이지, 김정일 정권이 얌전히 앉아 있는데도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을 압박했는지 정말 모른단 말인지 묻고 싶다.
베트남은 미국과 싸워 이긴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도 베트남은 미국의 보복이 두려워 핵무기 만들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베트남을 ‘압살’하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베트남과 수교하고 무역을 해서 지금 베트남 상품이 미국 시장에 넘쳐흐르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베트남이 공산독재를 완화하고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베트남을 가보면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개방되었고 민주화 되었다. 미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도 베트남처럼 인민들에게 자유를 주고 시장경제 방향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평양에서 곧 개최 예정인 올림픽 축구 예선전에서 남한 팀 응원단조차 오지 못하게 하고, FIFA 규정에 따른 태극기 게양도 하지 말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런데도 북한은 개방을 원하는데,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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