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연구원 및 제 6군단장 시절(5)
5월은 한국 산야에서도 진달래가 지며 초여름이 시작할 때다. 야전군의 계획으로는 5월16일 일요일을 사단 대항 운동시합으로, 그리고 5월17일 월요일을 군사령부 산하 사단장 이상의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였다. 행정회의를 겸했으므로 6군단 산하 사단장들도 참석하게 돼 있었다. 그를 위해 지휘관들은 5월15일 야전군에 하루를 앞당겨 도착했었다. 내가 야전군에 도착한 것은 5월15일 오후였으며 자연 부관이었던 김희양 소령이 동행하였다. 우리가 비상을 받아 군 사령관실에 소집된 것이 5월16일 새벽 4시쯤으로 기억한다. 박정희 장군이 주도하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6군단 포병이 야외 연습을 빙자해 서울 진입에 성공, 육군 본부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군사령관 입에서 발표되었다. 지휘관들은 놀랐으며 박정희 장군의 좌익 경력을 아는 사람들은 공산 쿠데타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었다. 통상 입이 빠르기로 이름난 최석 1군단장이 쿠데타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를 했다. 5군단 산하의 채명신 장군의 5사단이 쿠데타에 관련된 듯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나는 6군단 포병이 관련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번에 피고 군단장이 됨을 느껴 입을 열 입장이 되지 못했다. 책임감보다는 군단장으로 어쩌면 이리도 정보를 못 갖고 있었는지 의아하며 한심함을 느꼈다. 육군 참모총장의 태도도 모르고 장면 총리도 피신중이라고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군의 지휘관들이 집결하고 있던 좋은 기회에 우리의 태도가 정해지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러나 야전군 사령관이던 이한림 장군의 태도는 빨리 각 지휘관들이 귀대해 부대를 장악하라는 취지였다. 더욱이 부대 비상을 걸면 부대가 쿠데타 군에 동조하기 쉬우니 부대 비상을 걸지 말라는 지시로 부대장들은 귀대하게 되었다. 나는 피고 군단장이 되어 말도 꺼내기 힘든 입장이었다. 나는 횡성 비행장에서 L19을 타고 여러 가지 감회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른 아침 유난히도 푸른 상공에서 골몰했으나 별 묘안이 떠오르지 아니했다. 다만 나는 과거 작전국장 시절부터 군인 중에 정권을 농단하려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고 이를 막지 못할 때는 나의 군인 생명이 실패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의 군인 생활의 마지막이 오고 있구나 생각하며 6만 군대의 장으로 의연하게 역사에 남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동안에 비행기는 포천 군단 비행장에 도착했다.
나는 부임 당초의 참모차장의 진급을 위한 인선이라는 부임 설명에 반하여 약 반년 넘는 6군단장의 생활을 반혁명이라는 죄목으로 1961년 5월 20일로 마감하고 3성 장군으로 진급되지 못한 채 군단을 강제로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혁명 재판은 나에게 10년형을 언도하며 근 1년의 미결수가 되었다. 1962년 5월3일 군사혁명 1주기를 기념키 위한 집행유예로 나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1962년 8월11일 자의반 타의반의 미국 유학의 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미국에 영주한 탓인지 사회의 인권의식이 군인과 민간 출신 간에 차별되는지 나는 아직 복권되지 못했고 국군묘지에 갈 수 없다는 신문 보도를 읽게 되었다. 나는 2004년 2월 뉴욕의 인터내셔널 코리아 포럼이란 모임에서 5.16에 대한 이야기를 청탁받은 일이 있었다. 5.16에 공공연하게 대권이 도전됨을 보았다. 나의 5.16의 경험이 국민에게 참고 되게 함이 나의 책임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 나머지 이야기를 승낙하였다. 나는 후일에 참고 되기 위해 당시 김영삼 정권에 제출한 탄원서와 그에 대한 정부 답변서, 그 후의 김대중 정권에 의한 민주화 인사들의 복권운동에 대한 소감을 포함한 5.16에 대한 나의 기록을 위해 ‘5.16 군사 쿠테타 회고: 나의 제2 인생을 걷게 한 5.16’이란 글을 썼다. <휴전후의 한국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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