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실시되는 존 맥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뉴욕 타임스 때문에 곤욕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제일 정론지로 유명한 그 신문이 며칠 전 제1면 기사로 맥케인이 8년 전 어떤 여자 로비스트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서 그의 보좌관들이 그 여자가 맥케인 사무실에 출입을 하지 않도록 종용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몇 달 전 뉴욕 타임스지는 사설로 공화당 대선 후보로는 맥케인을, 또 민주당 후보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적격자라고 지지를 표명했었다는 점이다.
빅키 아이젠이라는 40대의 그 여성 로비스트는 뉴욕 타임스지의 보도에 의하면 주변사람들에게 자기가 맥케인 의원과 선이 닿는 사람임을 과시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당시에 맥케인은 대선 예선전에서 조지 부시 현 대통령 등과 경선 중이었는데 평소에 로비스트들의 입법과정에서의 개입을 개탄해오던 맥케인이 자기와 친분이 있는 여성 로비스트에게 특별히 귀를 기울여 그가 대표하는 회사나 기업들의 입장을 귀담아 듣는 일을 했다면 언행의 불일치로 보여질까봐 참모진이 맥케인에게 그를 멀리 하라고 충언을 했다는 내용이 타임스 기사에 담겨있다.
워낙 기자들과의 좋은 관계 유지를 자랑하는 맥케인답게 그는 바로 다음날 그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에 임해 타임스 기사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 여자를 안다는 사실은 의회에 출입하는 많은 로비스트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인했지만 그와의 로맨스도, 또 그에게 특별대우를 해준 사실도, 심지어는 자기의 보좌관들이 그 여자와의 관계가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만나기를 삼가라고 했다는 사실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물론 그 여자도 맥케인과의 염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는 점이 타임스 기사 내용에 나와 있다.
미국 의회의 입법과정에 있어서 로비스트들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워낙 영국 하원 의사당의 복도에 위치한 의원들의 선거민 접견실 등을 의미하는 로비라는 말은 각종 이익집단들이나 특수이해단체들이 의원들에게 그 단체들에 유리한 입법을 하거나 불리한 입법을 하지 않도록 호소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전국소총연합회, 상공회의소, 전국제조업연합회, 미국 노동조합연합회 등 잘 알려진 단체들만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게 아니라 GM, GE,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회사들이나 중견기업들도 로비스트를 통해 의회의 입법과정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시키려고 한다. 또 민주, 공화 양당 출신 의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20여만 불이 조금 넘는 의원 연봉보다 대여섯 배 높을 수 있는 수입의 로비스트들로 활동하고 있다. 전직 의원 출신 로비스트들은 의사장에 출입할 수 있는 특권을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맥케인의 웹사이트는 로비 활동과 (의원)윤리강령 개혁에 관한 그의 관심을 이렇게 강조한다. “맥케인은 일반 시민들을 그들의 선출된 지도자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관습들에 대해 투쟁해왔다. 그는 어떤 사람들이 봉급을 받으면서 어떤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는지에 대한 공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으며 의원들에 대한 선물을 금지해야 된다고 주장해왔다… 또 그는 의원들이나 기타 고관들이 공직을 떠나서 자기들이 도왔던 특수 이익단체들을 위한 로비스트들이 되는 ‘회전문’식 관행도 반대해왔다.”
깨끗한 윤리를 강조해온 맥케인이 만약 여성 로비스트 때문에 그 여자가 대표하는 회사에 혜택을 베풀어주는 일을 했다면 큰 위선자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데 뉴욕 타임스지가 이름도 밝히지 않은 전직 보좌관들의 말을 인용해 맥케인이 염문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보도했다면 언론기관으로서 엄청난 잘못이다. 두고 볼 일이다.
필자가 정치에 대한 글을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누구를, 예를 들면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내 나름대로 있는 사실을 공정하게 불편부당의 입장에서 해설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쓰는 것인데 그렇게 오해의 대상이 된다니 글재주가 어지간히 없는 모양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