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물러가고 새로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앞으로도 이렇게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또다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그 정부가 100점짜리 정부이거나 0점짜리 정부일 수는 없는 거다. 무릇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상까지도 100점짜리 좋은 사상과 0점짜리 나쁜 사상은 없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개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좋아하는 것은 이 제도가 100점짜리라서가 아니다. 첫째는 이 이상의 더 좋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며, 둘째는 자유민주주의가 인간의 불완전함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며, 셋째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서 서로서로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인기가 좋다. 그것은 지난 정부에서 국민들이 불만스러워 했던 것을 긁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을 다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정부란 그 어디에도 없는 거다. 다만 불만의 최소화가 있을 뿐이다.
지금 한나라당 쪽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노무현 5년과 김대중 5년을 합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들을 한다. 헌데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세월이란 있을 수도 없으려니와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5년 후에 비판을 받아 “빼앗긴 5년”이라고 성토를 한다면 나는 여기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무현 정부가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 결코 아니다. 그들의 처신 문제나 경제 문제, 대북 관계에 있어서 못마땅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를 누가 만들어주었는가. 그것은 지난날 보수 정권이 권위주의와 기득권에 얽매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보수 꼴통’의 늪에 빠져 있었기에 노무현 정부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지난날의 보수 정권이 그랬듯이 노무현 정부도 그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한나라당에서도 지적했듯이 권위주의의 청산, 부정부패의 축출, 정경유착 및 가족 측근의 비리 등에 있어서는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깨끗했다는 평을 내놓았고, 정치학자들의 평가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정당 민주화, 대립적 지역구도의 해소, 대미관계의 대등화, 과거사 청산 등에서 업적이 크다고 평가했다.
각설하고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 유우익의 말을 들어보자.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역사상 전례 없이 성공한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에서 미진하고 지나쳤던 부분, 왜곡됐던 부분을 바로잡고 소화하는 기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것이 현재 경제 사회 발전에 다소 혼란으로 비쳤다고 해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우익 씨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역사에서 우연이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신은 결코 주사위 놀이를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든 것이 생길만 하니까 생기게 된 것이고 있을 만하니까 있게 된 것이다. 지금 물러나는 노무현에 대해 설왕설래 이야기가 많다. 말을 하겠다는 사람을 누가 막으리오마는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그것은 너무 성급하게 왈가왈부하지 말고 좀 느긋하게 기다려보는 인내를 우리 함께 가져보자고 권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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