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관계 개선에 핑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세계의 이목이 평양으로 쏠린 가운데 예정대로 지난 2월26일 저녁 동평양 대극장에서 뉴욕필의 평양 공연이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무대 왼쪽엔 대형 성조기가, 오른쪽엔 인민공화국 깃발이 세워졌고, 미국의 CNN과 서울의 MBC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들의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역사적인 뉴욕필의 평양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은 먼저 ‘아침을 빛나라 이강산…’으로 시작되는 북의 애국가가 연주됐고 이어서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로린 마젤 뉴욕필 지휘자는 인사말에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뉴욕필의 전통적 신념에 입각하여 이번 공연은 북미 양국의 우의를 다지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연 초에는 연주자들이나 관객들이 어딘가 좀 어색하고 굳어있다는 인상을 풍겼으나 차츰 분위기가 바뀌어 연주자들은 최대의 기량을 발휘하는 듯 했고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고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조지 거슈윈의 ‘빠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을 소개하면서 마젤 지휘자는 ‘평양의 미국인’(An American in Pyongyang)이라는 작품도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을 때에 장내가 떠날듯 커다란 박수가 오랫동안 계속됐다.
프로그램에 없는 ‘아리랑’이 재청곡으로 연주될 때에는 많은 관객들이 숨을 죽이듯 조용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으며 나 자신도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뜨겁고 뜨거운 박수를 그치질 않고 보내자 마젤 지휘자는 몇 번이나 나와서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마지막 주자가 무대를 떠날 때까지 관객들은 힘찬 박수갈채를 보내는가 하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1,500석이라는 한정된 자리에 초대됐다는 행운도 값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 역사적인 공연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정말 돈으로는 계산하기 어려운 재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자리에는 현대의 현정은 회장을 비롯하여 미국의 권위 있는 정치가들인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와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도 보였다. 상상을 초월한 이 역사적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결론은 미국 연주자들과 평양시민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어 북미 간에 평화와 친선을 기여코 가져와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가 있었으며, 우리 분단 민족의 비극도 끝장내야만 한다는 결의를 평양시민들의 얼굴에서도 읽을 수가 있었다.
마젤 지휘자가 ‘빠리의 미국인’이라는 작품을 마지막 연주곡으로 선택한 이유와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작품도 나오길 희망한다는 말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동평양 대극장에 앉아있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가들과 평양의 정치가들에게 조속한 양국의 관계 개선을 촉구코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음을 뜻하는 것이고, 나아가 세계만방에 방영되는 매체를 이용하여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심자는 것을 호소한 것이라 믿어진다.
공연 다음날 평양 순안공항에는 뉴욕필 단원들을 태우고 온 우리의 아시아나 항공기가 정박하고 있는 것을 보고 민족이 하나가 되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거듭 되새기며 평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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