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을 따라 이어지는 교회 절기 중 가장 엄숙하고 경건하게 보내야하는 기간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으심을 기념하는 사순절이요 그 절정이 성 금요일이다.
그렇다. 인류 역사에 가장 참혹한 고통이 예수님 십자가의 고통이요, 십자가상에서 그 분의 죽으심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셔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친히 달려 죽으신다. 바로 여기에 기독교 구원의 신비함이 있다. 이제 그 분의 고통을 기념하는 사순절을 맞은 우리는 그 분의 은혜를 천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해드리려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이 기간은 유흥이나 호화로운 생활을 절제하자. 그리고 희생과 봉사에 참여하며 성서를 읽고 금식기도하자. 그러면서 그간의 덜된 신앙 때문에 괴로워하고 가슴도 아파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스페인 사람 라케를뢰프가 쓴 ‘진홍빛 가슴새’라는 작품이 있다.
옛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날짐승과 길짐승과 꽃나무 풀포기까지 만드신 다음 그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시던 때다. 날이 어두워진 무렵엔가 깊이 생각하신 하나님이 작은 잿빛의 새 한 마리를 만들어 내시고 “네 이름은 진홍빛 가슴새야”라고 말씀하셨다. 새가 묻는다. “제 몸은 잿빛 털로만 덮여있을 뿐인데 왜 진홍빛 가슴새라고 이름을 지어주십니까?”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네 마음가짐 하나로 너는 가슴에 빨간 털을 받게 될 수 있단다.” 그 후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으며 드디어 역사에 길이 남을 하루가 왔다. 그 날도 한 마리 어미새가 새끼들에게 진홍의 털을 얻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다가 죽어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상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중이었는데 잿빛 가슴새네 둥지 옆 언덕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가는 가엾은 사람이 눈에 뜨인 것이다.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그 사람의 이마에서 핏방울이 잇달아 흐르는 것을 보았다. 잿빛의 작은 어미새는 깊은 동정심으로 견딜 수가 없어 둥지를 떠나 십자가로 날아갔다.
한 번도 사람 가까이 가보지 못한 작은 새가 용기를 내어 사람에게로 다가간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주둥이로 힘들여 뽑았다. 그러자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그 분의 핏방울이 잿빛 어미새의 가슴에 떨어졌고 그 분이 십자가에서 입술을 움직여 작은 어미새에게 속삭여주셨다. “너의 조상이 세상 첫날부터 애써 구해온 것을 너는 그 친절한 마음씨 하나로 기어이 얻어 냈구나” 어미새는 깜짝 놀라 얼른 샘물에 가서 멱 감아 보았지만 그 가슴의 진홍빛은 결코 지워지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아기새들의 가슴에서 진홍빛 털이 빛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 빛깔은 끊임없이 태어나는 모든 진홍 가슴새의 목과 가슴에 빛나고 있단다.
우리도 그리스도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뽑아드리자. 그러다 떨어진 그 분의 핏방울에 물들어 가슴이 진홍빛으로 타는 성도가 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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