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구속되어 있던 기간 몇 가지의 경험을 하였다. 그 하나는 나에게 다시 성경책이 투입되어 성경 공부의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헌병 사령부에서 읽었던 구약이 유대 민족사이며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며 추잡한 인생을 그린 인상을 받아 이번에는 신약을 읽기 시작하였다.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이었으나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가며 읽다보니 약 5개월간에 신약을 7번밖에 통독 못 했으며 그것도 제대로 이해와 감명을 받지는 못하였다. 역시 성경도 길잡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후일 내가 미국에 와서 미국교회를 다니는데 부족한 영어로 설교를 이해하는데 형무소에서 읽었던 성경 기억이 크게 도움 되었다. 나는 1966년 박사학위를 위해 시애틀에서 워싱턴으로 이주한 이래 열심히 워싱턴 한인교회에 출석하여 장로가 되었다. 성경 공부를 지도하는 경험도 해보았으나 성경은 영으로 쓰여진 책이며 역시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기독교인이 된 것도 5.16의 덕이며 고통 중에 낮아진 나에게 하나님이 찾아주신 덕분이다.
나는 추운 감방 생활에서 귀의 동상을 얻어 잘 때는 귀가 쓰라려 항상 귀에 손을 얹여 체온으로 따뜻하게 하다 보니 어느덧 상처가 없어졌다. 심한 동상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하루는 어금니가 자연히 바스러져 나갔다. 아마 옥중의 영양이 골고루 되지 못한 탓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작은 감방에서 4명이 발과 머리를 교대로 한 잠자리로부터 발생하는 냄새와 불편함도 시간이 감에 따라 습관이 되어 사람의 적응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건강을 위해 계속 도수 알렌을 실시하였다. 주위 사람들은 나의 심호흡에 웃었지만 알렌은 도수로도 할 수 있음이 나의 경험이다.
죄수들은 기결 감방에 이감되기까지는 한 10분 이내이지만 거의 매일같이 면회가 허용되었다. 나는 이를 위해 집사람이 고통을 겪게 될 것을 생각해 집사람이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집사람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었다. 면회의 기회를 얻기 위해 집 사람은 통금해제 사이렌과 같이 형무소 출근이 계속되었다 한다.
가족들은 죄수들의 재판출석일을 용케 알아냈다. 내가 법정에 출두하기 위해 수갑을 차고 형무소 버스에 승차하면 집사람이 버스 근처에 와 있어 수갑 채운 내 모습을 집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힘들었었다.
나는 법정을 오고가는 가운데 이승만 정권 하에 3.15 부정선거와 관련된 피의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당시의 군부는 민주당이 기소치 아니하였던 인사도 추가 기소하였고, 또 재판이 끝나지 아니하였던 사람들의 재판 출석 시 버스 내, 혹은 대기소에서 종종 상봉하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목격한 사람은 조페공사 사장이었던 선우종원 씨, 그리고 경제인 전택보 씨 등이었다.
하루는 설경동 씨가 맞은편 감방에 수감되었다가 얼마 되지 아니하여 출감했다. 경제인들은 군부가 도움을 얻기 위해 구속했다는 말이 돌았다. 자유당 부정선거에 관여한 최인규 내무장관과 이정재 속칭 깡패 두목이 형무소 내 사형실에서 처형됐다는 소문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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