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땅에도 봄은 시작되었고, 먼 바다 깊은 물속에서 겨울을 지낸 가쓰오(Bonitto), 사요리(학꽁치), 아지, 광어 등 봄 생선이 따스해지는 햇살에 높아지는 수온을 따라 서서히 가까운 바다로 자리 이동을 하면서 이 봄을 맞을 것이고 Soft-Shell crab이 우리 스시바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 끝없이 넓은 침묵의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얼굴을 보여주는데 이 겨울 바다를 향했던 인간의 의지와 행동은 참으로 순탄치가 못했었나보다. 포경선을 향해 온몸을 부딪혀가며 고래잡이를 막는 어느 환경단체의 처절한 저항이 그랬었고, 온통 기름때를 뒤집어쓴 한국 태안반도 해안선을 바라보는 늙은 어부의 눈에 맺힌 슬픔이 그랬었고, ‘장애인’ 만으로도 불쌍한 젊은이들을 돈을 주고 사들여 제 고깃배에 족쇄를 채워 태운 ‘인간’들의 얘기가 그러했다. ‘침묵의 바다여! 결코 이들을 용서치 마옵소서!’ 얼마 전 FDA가 스시바에서 수거한 참치가 식용으로서는 위험한 중금속 오염수치를 함유했다고 발표한 게 또 그랬다. 스시의 핵인 마구로(참치)가 어쩌다 이런 변을 당해야 했는지… 먼 바다 청정수역을 바람처럼 가로지르며 치닫던 참치가 어째서 이런 몹쓸 ‘수치’를 몸에 담고 있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그날 시험에 올랐던 참치는 맨하탄에 있는 몇 유명 스시바에서 채취했다고 한다. 요즈음 맨하탄의 많은 스시바에서는 스페인 근해 참치가 그 색상과 맛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객체의 ‘참치’가 대상이 되었었는지 자못 궁금스럽다.
참치 최대 소비시장인 동경의 스끼지(築地) 수산시장에서는 참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반드시 한 마리씩 경매에 붙여진다. 참치는 인간처럼 그 객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수산회가 참치의 부위별 명칭과 등급을 정해 놓은 건 그 색상이며 육질, 성분의 ‘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FDA의 발표로 마구로가 치명타를 입으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까 우려했었는데 그 후 별 기사가 없는 듯 조용한 것이 과연 일본 스시 문화의 벽이 얼마나 높은가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스시에 길들여진 많은 미국인들을 상대로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서 일단은 덮어둔 것인지 두고 봐야 될 일 같다.
시대에 따라 음식문화도 변하겠지만 에도막부 초기부터 쌀과 생선의 인연으로 시작된 ‘스시문화’는 그 기본조리법과 정통성을 꾸준히 유지해오면서 오히려 ‘친환경적’이니 ‘생식’을 부르짖은 이때에 얼마나 각광을 받고 있나. 옛날에는 사요리, 아지 등은 반드시 식초로 처리해 먹었지만 지금은 프레시한 상태로 그냥 스시로 쓴다거나, 불교문화권의 일본이 2차 대전 이전까지는 너무 기름졌다고 해서 피했던 참치의 기름진 뱃살, ‘도로’가 지금은 최고상품으로 부상한 정도며, 민물고기는 혹 가졌을지도 모를 기생충 때문에 여전히 날 것은 피하고, 연어의 경우는 반드시 식초와 소금으로 처리해 냉동시킨 후 먹는 것은 지금도 변치 않는 일본인 스시바의 룰인 것이다. 스시문화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퓨전스타일’로의 탈바꿈인데 지역에 따라 그 사업 승패가 참으로 가름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수년전 한 방송 채널에서 유명한 Iron Chef ‘M’은 타이슨스 코너 쇼핑몰에 아시안 퓨전 식당을 냈었지만 오래 못 버팅기고 셔터를 내려야만 했었고, 맨하탄의 그 유명한 Iron Chef ‘N’이 이끌던 ‘N’ 사단도 일본 본토 상륙에서는 ‘퓨전’의 휘장을 걷어 내리고 철수해야만 했었다.
FDA 발표가 있던 날 우리 스시바에 앉은 단골손님 존은 새로 데리고 온 친구에게 이날 뉴욕 타임스에 실린 ‘참치중독’얘기를 잔뜩 늘어놓고는 참치를 넉넉히 썰어달라며 대신 오늘은 생강을 많이 달란다. ‘참치의 불신’보다는 초생강의 효능을 더 믿나보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시의 계절이 시작이 됐다. 우리 스시맨들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손님 받을 채비를 단단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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