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에 대한 평가와 재발 방지
5.16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시기가 적절치 못하며 5.16을 시발부터 반대해온 나로서는 객관성을 위해 그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고 말하였다. 5.16을 주도한 사람이나 그를 반대한 자들 각기 나름대로의 국가관과 생활 철학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변화를 맞게 마련이고 그 변화는 자기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또 그것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나는 지금 다시 그 당시의 환경이 재현된다 하더라도 약간의 기술적 차이는 있어도 같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지금 국내는 각종 선거활동이 한창이다. 박정희 정권의 후광을 이용하여 대권 도전이 거론되는 환경으로 보면 5.16 정권이 아직도 국민 일부에게는 매력을 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으니 불행한 과거사이나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5.16이 심어놓은 사회적 부조리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아니하는 수법과 IMF사태를 초래케 한 재벌적 경제제도와 지역주의도 군사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의 소산과 무관치 아니할 것이다. 독재 군사정권 유지를 위한 수많은 인명의 희생이 우리가 근대화를 위해 필수적이었나 반문이 된다. 역사에서 가정은 증명이 불가능하다. 5.16으로 자기 예산도 세워볼 틈 없이 단명하였던 민주당 정권도 5.16 거사 당시에는 정권 초기의 혼란에서 경제가 안정기미로 돌고 있었으며 북 유럽의 복지 사회제도를 목표로 경제 5개년 계획이 수립되며 미국의 경제원조도 추진 중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헌정 질서 파괴에 수반되었던 희생과 편법으로 발생된 사회기강과 도덕률의 파괴와 오늘날까지의 정치혼란에 따른 문제점들을 고려에 넣어볼 때 과연 폭력에 의한 정부의 전복이 아니었다면 오늘 정도의 경제와 사회질서, 그리고 국민의 가치관을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인가 의문을 해보게 된다.
법과 원칙과 선의의 경쟁이 무시되면 안정된 사회를 이룩할 수는 없다. 정권의 정통성에 관계없이 어느 정권이든 치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치적이 불법을 합법화시킬 수는 없다. 민주 질서가 정착되지 못한 개발도상 국가에서 가장 무서운 힘이 군사력으로, 군의 중립을 요구하는 이유일 것이다. 5.16이 아직도 한국 정치 현실에서 매력이 된다는 사실은 입으로는 민주정치를 외치면서도 군의 정치개입을 관대히 보는 증후로서 군의 정치 개입을 금기시 아니 하는 우리 민도의 수준을 설명하고 있지 아니한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우리는 사고 관습 기호가 다양화되며 국제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어떤 국가 정책도 국민 전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획일적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과 희생은 막대할 것이다. 나는 나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태 발생을 미연에 예방키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첫째는 군인 중에 군사력을 이용해 정권을 쟁취하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교육되어야 하며 국가 이변에 대처할 수 있는 군의 지휘 계통이 살아 국민 신뢰가 유지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로 정치가 최소한의 국민 여망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유지되어야 하겠다. 군인도 국민이요 정치에 관심을 가짐이 당연하다. 정치가 혼미할 때 군인을 정치에 유도하는 남미의 군사정권을 많이 보아왔다. 셋째는 높은 민도의 유지이다. 나의 청소년기에 과거 일본에서는 2회에 걸쳐 젊은 장교들에 의한 군사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총리를 암살까지 한 쿠데타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실패를 하였다. 악법도 법이요 정의감도 수단 여하에 따라 불의가 된다는 원칙과 합법적 절차 그리고 국민의 높은 가치 인식의 저변이 확대되어야 하며 이것이 민도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군사 쿠데타 거사에 반대한 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보상되어 군인에 의한 헌법 수호의 정신이 장려되어야 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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