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항거 군인들의 명예회복과 보상
나는 1993년 6월 문민정부가 수립되어 역사의 새 기원을 열겠다는 김영삼 정부가 5.16을 군사 쿠데타로 선언함을 환영하면서 우선 5.16 반혁명 재판으로 희생된 군 동지들과 5.16 반란군을 저지하다 한강교에서 전사한 두 명의 헌병들에 대한 복권과 적절한 보상을 탄원한 일이 있다. 당시의 총리를 지낸 황인성 장군과의 교우관계를 이용, 김영삼 대통령께 낸 나의 탄원서가 김 대통령의 직접 관심을 끌도록 부탁하기 위해 탄원서의 사본을 총리에게도 보낸 일이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힘이나 군의 정치개입을 정리하는 국방부의 자의적 역사 바로잡기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최근에는 나의 재판 기록으로 국군묘지에도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내가 국군묘지에 들어가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아니할 것이나 이러한 처사가 정치권이나 군 당국에 의해 묵인된다는 일이 우리나라의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세력들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진다. 과거 일이니, 또 내가 외국에 나와 있어 법정 유효기한이 넘었다고 할 것이나 헌정 질서를 고수하기 위해 중요한 5.16 반혁명 재판 기록이 정치권과 군부에서도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행정부와 정치권의 역사 새 출발 운운함이 얼마나 허실이었나를 말해주고 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대통령이 5.16 기념사업 명예회장에 취임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탄원서를 그에게 낼 것을 시도하지도 못하였다. 민주 인사에 대한 희생자가 보상되는 마당에 그의 원인 제공을 막는데 희생된 군인들의 인권은 민간 인권에 미치지 못한다는 차별의식을 군인들에게 어찌 설명할 것인지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나는 충실한 인생과 군인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내가 임관할 때 선서한바 나라의 헌법과 국내외로부터의 적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겠다고 서약한 군인으로서는 실패한 군인이 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또다시 5.16과 같은 입장이 되었더라도 나의 행동은 옛날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된다.
나는 5.16에서 군의 고급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비해서는 인생의 큰 수확을 얻은 행운자의 하나라고 자위하고 있다. 나는 인생의 가장 성취기의 10년을 제2 인생 준비를 위한 수련기로 썼으나 한국에서의 동료들의 은퇴기를 넘는 75세까지 나는 미국과 한국의 교육계에서 봉사할 수 있는 행운도 가졌다. 그보다는 돈을 주고도 경험할 수 없는 인생 수련을 통해 고통의 인생에 참여할 수 있는 고귀한 기회를 부여 받았다.
나는 제2의 인생을 미국에서 개척하는 가운데 많은 시련을 극복함으로써 생존에는 성공하였으나 대신 어느 한 전문 분야에서도 성공적 공헌은 못한 아쉬움을 느낀다. 한 우물을 파라는 우리의 격언은 역시 명언이다. 직장의 종류를 막론하고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을 느낀다. 사람은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전념할 때 그 길에서 무엇인가 남을 위한 공헌도 기대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칙과 정도를 걷는다는 것은 힘들고 단기적으로는 외로운 길이겠으나 긴 눈으로는 외롭지 아니한 길이다. 그것은 정도를 걷고 있는 대중에게 소망과 인내를 주며 자기 인생에게는 고귀한 자위가 된다. 권력은 우리의 현 생활을 좌우하지만 세상은 외로우나 정도를 걷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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