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것에 가치를 두고 지낸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음률이 숨겨져 있는 CD에 큰 가치를 둔다. 진주 반지와 CD 중 한 가지를 택하라면 서슴없이 음반에 손이 갈 정도로…. 그런데 만약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일이 생각처럼 될까.
오늘은 목요일이다. 나의 한 주는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온 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계속 휴일이다. 아플 것 몰아서 아픈 다음, 목요일부터 생활은 해동이 된다. 기쁜 일도 더욱 감격스럽게 느끼고, 마음에 쌓인 불평불만을 편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밀알’ 모임에 가는 때문이다.
사람이 항상 갇혀 지내면 정신 상태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다. 내 삶의 전선에 아무런 이상이 생기지 않는 것은 나의 희로애략을 더불어 느낄 사람이 있는 세상으로 간혹 나가는 때문이다.
이왕에 만나는 사람, 피차 기분 나쁘지 않게 좋은 만남을 갖자고 마음에 다짐하는데 언젠가, 그날도 목요일이었다.
항상 데리러 왔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택시를 부르게 되었다. 내가 지내는 곳은 노인 아파트다. 밖의 날씨가 추워서 로비에서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우리 아파트는 한국분이 워낙 많으셔서 한국에서 지내는 듯한 착각을 주는 곳이다.
어느 할머니께서 물으신다. 어디 가냐고. ‘밀알’ 가려고 한다니까 누가 오냐고 물으신다. 아니라고 하면서 택시가 올 거라고 했다. 택시 값을 물으신다. 얼마라고 말씀 드렸다. 출입구에 가서 있는데 어느 할머니가 세상에, 마상에를 찾으시면서 비싼 요금을 내면서 택시 탄다고 흉을 보신다. 내 청각 기능이랄까 를 말하자면 지금은 약간 쇠퇴되어서 안심이지만, 사고 직후에는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었다. 그 말을 듣고 그 할머니에게 쫓아가서 “You don’t care!” 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서로의 가치는 다르다 함을 생각하며 참았다.
이제는 혼자 집에 있는 것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예전 습관인 밖으로 나가면 괜히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치 난 즐겁다. 그건 아마도 나는 살아있다 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때문일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이 말을 듣는다면 나에 대한 생각에 혼동이 올 거다. 왜냐하면 난, 언제나 사람 없는 곳을 그리니까 말이다. 그래도 나 김 부 순 에게 가치 있는 것을 생각하자면 생명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요, 아무도 없는 무인도나 밀림에 놓여 지내는 것보다는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이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지내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가치를 겪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 나를 불쾌하게 한 사람과 왜 분쟁을 안 했을까. 그 할머니랑 나는 20여 년의 차이가 있는 터라 사고방식의 차이도 있고, 또 그 영향으로 해서 피차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 하는 것이 다르니까 말이다. 제일 중용한 것은 보안책으로 나에 관한 인식을 좋도록 위장하는 거다. 그래야 한국 할머니에게 하다못해 누룽지라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너무 얌체 같나.
이렇듯 지내는 것이 요즘 들어 가치를 느끼는 것처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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