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어떤 분야에서건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사람들을 부리는 더 뛰어난 사람들도 존재한다. ‘기는 사람 위에 뛰는 사람,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나는 사람 위에 업혀가는 사람’ 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현재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은 전여옥 씨는 기자시절부터 ‘일본은 없다’,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 ‘간절히 두려움 없이’ 등의 많은 책을 썼다. 그녀는 ‘피해자가 가장 무서운 가해자’라며 이렇게 고백했다.
“혹독한 피해를 받은 인간이 가장 가혹한 가해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시어머니 시집살이를 호되게 한 며느리가 더욱더 가혹한 시어머니가 되었다는 이야기나 군대에서 고문에 가까운 기합을 받은 신참이 고참이 되었을 때는 한술 더 뜬다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피해자로서 고통 받고 핍박받을 때 가해자에의 눈부신 변신을 꿈꿨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고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탄탄하다.”
피해자의 특성은 무엇인가. 일단 피해자는 약하다는 특성이 있다. 힘과 능력에 있어서 뒤쳐지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이민사회에서 영어 때문에 피해를 보는가? 그 또한 언어 능력이 약하다는 것을 증거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피해자의 문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본인이 약점이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워 숨기려 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인 고립 상황에 있기 때문에 남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이러한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가해 행동이 혹 남들에게 알려진다 하더라도 ‘쉬쉬’ 하는 분위기 때문에 문제가 장기화되고 안으로 곪게 된다.
남들을 의심하고 험담하고 작은 일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자를 잘 살펴보면 그 또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상처와 피해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많은 상처를 받았으니 남에게 이 정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보면 점점 그 행동이 정당화되고 또 습관화되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갈 수도 있다.
집에서 가정 살림만 하는 여성들이 바로 이러한 상황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요즘에는 아이 양육비가 터무니없이 높아져서 집에서 아이를 보고 살림하기 위해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는다고 한다. 반면 신문지상에는 가정폭력 사건 기사들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는 가정들도 늘고 있다. 아내들이 집에서 살림을 하면 아이들이 바르게 크고 가정도 화목하다는 고정관념은 이쯤에서 다시 한 번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여성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혼자 일하는 집안 살림 때보다는 스트레스 쌓이고 심신이 많이 지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맞벌이를 하게 되면서 가정에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도 배우자가 바깥에서 겪는 사회적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그것은 부부가 함께 한 마음이 되어 거친 풍파를 견디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집안 살림을 한다고 마냥 노는 것도 아닌데 일을 하는 배우자가 모든 경제적인 문제를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에 배우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해적인 행동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이유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일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을 갈고 닦는 기회를 꾸준히 갖는다는 점이다. 힘들게 노력할 당시는 알지 못하지만 남들이 쉴 때 일한 결과는 언제고 드러나기 마련이다. 노력도 안 해보고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정당화하기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찾아서 열심히 하다보면 일 그 자체가 즐거워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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