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진 (보이즈, MD/ 전 초등학교 교장)
‘유대인 대학살이 새로운 세대에 던지는 의미, 역사, 교훈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분석하고 학생으로서 선입관, 차별,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안하라’ 이것은 유대인 재단인 홀랜드 앤 나이트 파운데이션 (Holland & Knight Foundation)에서 주최하는 9~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에세이 컨테스트의 주제이다. 나치가 저지른 대학살에 대해 책으로, 영화로, 사진으로 수없이 쏟아져 나와 온 세계인의 뇌리에 기억하게 함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이를 각인시켜주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그 모습들은 우리들 한국인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일제 식민지와 6.25 전쟁을 몸으로 겪은 세대는 60대 후반이나 70대 부터이다. 이 세대가 지나가면 그 전쟁의 비극을 눈으로 증언할 한국인은 역사 속으로 묻혀버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네의 일기’ 같은 작품도 갖지 못했고 빅터 프랑클 박사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방을 포위하고 있는 죽음의 위협 앞에서 형리의 눈을 피해가며 종이 조각에 적어 벽 틈에 끼워 두었다가 전쟁이 끝나 햇빛을 보게 된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같은 세계적인 증언도 갖지 못했다.
6.25 북한 공산당의 남침은 우리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폐허의 잿더미 위엔 굶주림에 눈만 퀭한 전쟁고아들을 양산했었다. 지금 TV에서 볼 수 있는 전쟁의 비극적인 참상보다 더 처절하였던 것이 우리의 6.25 전쟁이었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보라. 스무 살, 스물한 살 앳된 나이에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젊음들의 묘비가 끝없이 늘어서 있다. 그 뿐인가. 북으로 납치된 인사와 포로가 된 이들의 고통은 막연히 짐작할 뿐 알지 못한다. 포병 육군 중위로 포로가 되었다가 포로 교환 때 돌아 온 어머니의 사촌 동생은 이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하루 식량이 옥수수 몇 알갱이어서 너무 배가 고파 강제 노동을 나갈 때마다 풀뿌리를 뽑아 씹어보고 쓰지 않으면 삼켜 허기를 채우는데 풀독이 올라 얼굴이 퉁퉁 붓기도 하고 죽기도 했다 한다. 사촌 역시 돌아와서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교육과 문화계는 어떠했는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주적이 누구인지 애매한 6.25 전쟁 영화가 흥행을 하고, 전교조는 어린 학생들에게 반미를 세뇌시켰다. 6.25 전쟁은 공산당의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라는 어이없는 주장도 하고 있다.
1950년 이 지구상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느 구석에 있는지도 모를 때 UN은 정의를 가치로 한국전에 참여하여 수많은 목숨을 바쳤다. 알링턴 국립묘지 케네디 묘역 아래로 내려오면 한국전(Korean War)에서 전사한 수많은 젊은 군인들의 묘비가 눈을 시리게 한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국도, 해외동포들도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나치가 저지른 범행에 대해 반세기가 훌쩍 지난 오늘도 독일의 메르겔 총리는 깊이 사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동족의 목숨을 앗아가고, 이산의 아픔과 고통을 안겨 주고도 사과는커녕 지금도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 탈북자들은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니다. 유대인들의 ‘잊지 말자’ 는 역사적 노력을 보면서, 6.25 전쟁을 눈으로 증언할 수 있는 마지막 이 세대는 역사의 진실을 후세에 바르게 인식 시켜야 할 의무가 있음을 느낀다. 조국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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