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폭동을 보면서 천재라기보다 인재(人災)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갑작스런 식량부족 현상은 환경 계획과 관리 탓인 듯하다. 수요와 공급의 불안 심리로 갈피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 위기의 발생은 단기적인 정책과 완만한 전략 탓으로 보여진다. 안이한 환경 대안은 정치와 경제적 변명으로 매도되어 왔다. 인재로 발생한 책임은 다음의 세 가지 소재로 분석할 수 있다. ▲농업이 에너지 집중 산업으로 돌변했다. ▲친환경적인 곡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옥수수와 쌀을 졸속한 해결책으로 내세워 개스와 에탄올 생산에 대치한 사기극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판명했다. 그리고 ▲농지를 생물연료 개발에 전용함으로써 식량 생산 농지는 줄어들고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벌어졌다. 토지는 사람에 의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쌀 생산도 예외 없이 비료+농기구 사용+수송+가격변동의 현상이 연쇄적으로 돌변했다. 쌀 수입국인 필리핀은 베트남 등에서 공급 보장 확보에 분주하고, 홍콩은 태국과 교섭 중이나 수출 제재를 당하는 형편에 경비원들을 논마다 배치하여 ‘쌀 도둑’들을 방지하고 있다. 태국의 쌀 가격은 톤 당 795달러로 1년 전보다 147%가 올랐다.
쌀 수출국인 이집트, 인도, 베트남, 태국, 호주 등은 자국 내 쌀값 안정을 위해 수출금지조치, 수출부가세, 통제품 규제 명목으로 억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극빈국들이 사용하던 곡식들이 옥수수와 쌀은 대체연료 개발로 에탄올화하면서 값이 폭등했다. 쌀값 인상은 정치적 불안을 야기, 인도네시아, 아이티,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에서 쌀 폭동이 발생했다. 이집트와 멕시코는 폭발 전야이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은 극심하다. 김정일도 쌀 구입차 베트남에 간다고 보도되었다. 대북지원단체에서 쌀과 밀가루 등을 나눠주면 늦은 밤에 인민반 회의가 열려 ‘애국미’ 명목으로 80%를 강제 회수해간다. 장기간의 영양 결핍에 시달린 주민들이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 못 하는 형편은 탈북한 이애란(45) 씨의 ‘고난의 행군’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북한도 1990년대의 극심한 식량부족을 다시 겪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지난 23일부터 식량 위기 논의를 위해 아프리카 서부 내륙 국가들을 방문 중이다. 동 유럽과 구 소련 곡창지대의 곡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쌀 폭동을 피해 탈출하는 ‘보트 피플’까지 등장했다. 카리브 해의 섬나라 아이티 국민들이 고가의 식료품 가격으로 유혈 폭동이 발생, 미국 연안으로 향한다는 보도(로이터 통신 22일)가 있었다. 미국 해안 경비대가 지난 10월 이후 792명의 ‘보트 피플’을 체포했으며 이미 송환된 사람은 400여 명에 달한다.
미국의 식품 가격 급등은 증권가를 당황하게 만들고 경제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지난 수개월 사이에 쌀, 밀, 옥수수 등과 기본 식료품 가격은 두 세배나 상승했다. 월마트 계열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 샘스 클럽은 한 번에 살 수 있는 쌀의 양을 20파운드(약 9kg) 한 포대로 제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매진되고 부족 현상이다.
미국 빈곤층도 푸드 뱅크의 고갈로 빵과 쌀 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알링턴과 알렉산드리아의 푸드 뱅크도 다른 700여 곳과 마찬가지로 수천 명의 굶주린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학교 급식 가격도 올라 2달러 70센트에서 3달러 10센트로 인상됐다.
일본은 명치유신(1864) 때 이미 쌀 폭동을 경험했다. 미리 준비하는 장기 환경정책과 책임지는 해결 방안이 바람직하다. 풍요로운 지구촌서 굶주릴 이유가 무엇일까. 인재는 천재지변만큼이나 심각하다. 사람이 재난을 일으키는 일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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