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不正)을 부정(否定) 못하는 검은머리 국민들이여, 생각하는 국민들이어야 산다. 5천년 금수강산 파헤쳐 5만년 x강산 만드는 미국의 종 아뢴지 땅명박 장로는 회개하고 자중하라”는 조사(弔詞)가 적힌 피켓 하나가 지난 4월17일 대통령 환영행사장 맞은편에 등장했다.
‘땅명박’ 문제는 더구나 그가 대통령 후보였기 때문에 경천동지할 대단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따져볼 겨를도 없이 떡(경제) 소리 한방에 천만 성도들까지 발 벗고 나서서 장로 대통령을 만들어 냈으니…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먼저 그의 나라와 그 의(義)를 구하라” 하신 예수의 말씀은 유명무실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사법부의 석연치 않은 무혐의 판정은 오히려 온 국민들의 가슴속에 의빙(疑氷: 풀리지 않는 의심덩어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어찌 교회 장로라는 사람이…” 이게 워싱턴의 참전용사 이동원 씨가 감히 어가(御駕)행렬을 가로막고 나선 반란의 이유였다.
요즈음 청와대 주변이 온통 땅 투기에 각종 비리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선량한 국민들에게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준 파렴치한 경제사범(?)들을 모조리 국가요직에 앉혔으니, ‘땅명박’ 닮은꼴 아니냐며 재야의 성난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더 기막힌 건 돈 모은 과정이 부당한 방법이었는데도 “많이 가진 게 무슨 죄냐”며 되레 감싸고 두둔하는 청와대의 코미디 같은 궤변을 듣고 있노라면 새 정부의 미래가 매우 비관적이라는 예감이다.
제 아무리 대통령이 미사여구를 쏟아내고 그 수족들이 앵무새처럼 복창해 댄들 서민들을 속이고 아프게 한 탐관오리들 말을 누가 들어먹겠는가.
인사가 만사라는데 새 정부를 밝혀줄 청백리(淸白吏) 한 사람도 없는 대한민국호의 항해가 결코 순탄치 않을 거란 적색경보는 바로 이 때문이다.
“권력의 방패로 하늘을 못 가린다”는 진리를 누구보다 이명박 장로가 더 잘 안다.
첫 단추를 잘못 낀 건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다. 3백억을 내 놓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온 국민들 가슴속에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문제의 심증(?), 그것을 하나님 앞에 내 놓는 양심고백이야말로 장로님의 순수한 신앙을 되찾는 일이 될 것이고, 그래야 경제다 뭐다 하는 대 국민과의 약속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잘못은 망각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고 용서받음으로 없어지는 게 성서의 교훈이다. 정직 청렴한 임금은 그래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거고.
‘축 환영’만이 애국의 방법이겠는가. 국가원수의 면전에서 “회개하라”고 외치는 피켓의 의미 또한 한 이민자의 우국지심(憂國之心)이건만, 단순히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라고 매도 해 버리다니, 그래서 만찬장으로 초대받고 입장하는 워싱턴의 명사들 대부분이 그 같은 행동을 무슨 더러운 벌레 보듯 했다는데, 생각하는 검은머리 국민이라면 어찌 분개할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오렌지 주스로 축배를 든 그 일주일후 낙선자들을 위로한다며 청와대에서 폭탄주를 손수 돌린 장로 대통령의 두 얼굴 기사를 접하는 순간, 왜 그날 이동원 씨의 용기 있는 행동에 동참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부끄러움이 필자의 가슴에 회한으로 남게 될 줄이야.
정녕, 우리민족은 아직도 성군(聖君) 둘 자격이 없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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