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한국 속담과 비슷한 영어 속담 “No News is Good News”를 거꾸로 쓰면 뉴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즉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사실 신문에는 불쾌하고도 끔찍한 나쁜 뉴스가 가득 실려 있는 게 보통이다. 흉악한 범죄사건을 제쳐놓고서도 신문 내용은 개인이나 국가를 포함한 집단체거나간에 인간의 탐욕과 정복욕 등의 표출로 인한 불공정사례들이나 유혈사태 등, 그리고 부정부패의 난장판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오래 전 한국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정의감에 휩싸여있던 젊은 시절에다가 비교적 언론의 자유를 허용했던 자유당 정권 말기였던 까닭에 파사현정까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출발했던 첫 직장이었다. 환멸은 오래지 않아 닥쳐왔다. 취재 경쟁 과정에 있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관행은 그래도 나은 편이고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며 사회정의를 들먹이는 선배 기자들이 장관 회견 후에 돈 봉투를 장관 비서로부터 거리낌 없이 받는 광경은 나를 실망시키기에 족했다.
그런 때문에 좀 더 깨끗해 보이고 진리 추구의 전당이라는 학문의 길로 들어서야 되겠다고 결정했던 것 같다. 유학 끝에 미국에 계속 머물러 교편을 잡게 된 동기 중 하나가 신문 일선 생활이 생리에 맞지 않는다는 자기 발견 및 언론계에 대한 환멸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 사회도 역시 신문사 못지않게 위선과 부패, 자리다툼의 싸움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 대학을 거쳤는데 중간만 괜찮았고 첫 번과 셋째 번 직장에서는 각각 과장의 질투, 시기로 인한 희생양, 그리고 총장의 정치적 이용으로 인한 희생양이 되는 억울한 경험을 했다. 오죽했으면 만 44세로 법과대학 야간부에 등록을 했을까. 47세에 변호사 시험에 간신히 붙어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이곳에서도 환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변호사들의 비리는 물론 판사들이나 법원의 Shopping 이라는 표현이 알려주듯이 법원 판결이 엄격한 법 해석과 형평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동등한 정의”라는 대법원의 구호가 흑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또 판사가 되려면 그가 속한 정당이 연방 법원이면 대통령, 그리고 주 법원이면 주지사가 속한 당이냐가 결정적이라는 판사 임용 조건 중 하나가 시사하는 바 크다.
그리고 결국 신문이 나쁜 소식으로 가득 차 있는 실정은 바로 사회 전반이 나쁜 환경과 사건으로 충만해 있기 때문이라는 상식적인 결론과 아울러 미국이나 한국이나 할 것 없이 사람 사는 곳에서 어디나 부정과 부패가 판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 가운데서 어떻게 살아야 마땅한가?
어릴 적에 선친께서 지어주신 나의 별호가 송암(松岩)이다. 소나무와 바위, 혹은 소나무 밑의 바위라는 뜻일 텐데 아마도 소나무처럼 항상 푸르게, 정절 있게, 또는 바위처럼 꾸준하고 불변하게 살라는 뜻으로 그렇게 해주셨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든 나만은 그처럼 올바르게 원리원칙대로 살아보려는 의지를 매일 다짐한다.
정말 주기도문대로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져 지상 전체가 의로운 사람들의 거처가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만이 인류의 유일한 소망이라는 믿음으로 위로를 받는다. 그 때가 오면 전쟁, 범죄, 착취, 빈곤, 억압, 부정부패 등의 Bad News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발견할 수 없고, 또 인간 슬픔의 절정인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망을 알리는 부고란 대신에 부활의 통지란이 신문을 장식하는 등 Good News로 가득 찬 신문 및 사회를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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