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은 만물이 소생하면서 온통 아름다운 생명의 녹색 향연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것 같다. 오늘도 변함없이 동트기 전 새벽의 신선한 공기 속에 배달된 신문을 집어 든다. 모닝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호젓한 나만의 시간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기도 드리며 새로운 날을 시작한다. 이 아름다운 대자연과의 즐거운 만남은 계절에 따라 철마다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다. 자연은 인간 삶 속에서 인생항로에 직간접으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때로 하나님은 참 공평하시다는 생각을 한다. 보이는 꽃, 나무와 식물 등이 동물과 똑같은 소리를 가졌다면 소음에 인간이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은 대자연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삶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평소에 늘 봐오던 나무 한 그루, 구름, 바람, 바다 등도 이제는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자연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뜻 깊게 느껴지는 날이 많음을 느낀다.
5월은 가정의 달, 모든 것이 변해도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작아도 큰 우주의 축소판이며 삶의 원천이고 사랑의 보금자리다.
고목(古木)에서 싹이 돋듯 나이가 더할수록 인간의 마음도 깊이를 더하며 세상과 인간에 대한 너그러운 눈을 갖고 애정을 갖는 것 같다. 나 역시 손주들에게 쏟는 한없는 정성이 해가 갈수록 마음에 넉넉한 사랑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이제는 손주 울음소리도 아름답고 신선하게 들리니 한걸음 물러서서 인생을 즐길 줄도 알게 되었나보다. 주님의 사랑, 부모의 사랑, 형제, 이웃, 친지의 사랑을 통해 예전에 젊었을 때는 미처 몰랐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저 이름 없는 자연의 일부로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던 우리 부모님의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그 은혜와 사랑에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부모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를 생각하며 나는 내 아이들의 기대에 어느 만큼 부응했는가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럽고 먼 산 하늘을 바라보는 날이 많아짐을 고백한다. 이민 와 먹고사는 생활 해결에 바빠 두 딸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되기는 쉽지만 훌륭한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며 시간의 제약 속에 살아간다. 아무리 아껴도 부족한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쓰는 것이 보람 있는 삶인가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아진다. 세상에 희생 없는 만족이 없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절실히 느낀다. 몇 년 전 남편의 간병을 위해 은퇴한 나는 사랑하는 남편을 이 세상에서 떠나보낸 후 지역사회 봉사에 나서게 됐다. 소외되고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3년째 매주 금요일 식사배달에 나서며 남편에게 못다 준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마 남편도 하늘나라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리라.
아직은 봉사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 봉사를 통해 만남의 삶을 배우고 행복한 기다림을 배운다. 기다림은 사랑이고 희망이며 삶의 원동력이 아닌가. 나 자신의 행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내가 가진 작은 사랑, 물질이라도 나누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싶다. 이웃의 슬픔과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진정으로 그리스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다.
채수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