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도 있는 아름다운 5월입니다. 우리들 생활이 날마다 5월처럼 사랑이 넘치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의 달에 대표적인 날은 어버이 날입니다.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효(孝)의 날입니다. 孝 는 흙 토(土) 밑에 아들 자(子)로서 부모님이 흙으로 가실 때까지 자식이 봉양하고 받쳐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효는 인간 생활철학의 근본으로 백행지본(百行之本)이기에 ‘충효(忠孝)’라는 족자를 걸어 가훈 으로 삼고 있습니다.
까마귀는 어미 까마귀가 늙으면 먹이를 물어다 봉양하고 어미 까마귀가 앉은 나무 가지 위에 앉지 않고 반드시 아래 가지에 안는다고 합니다, 이런 까마귀의 행실에 배울 것이 있다하여 오행지교(烏行之敎)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세상의 젊은이들 행실을 보면 까마귀만도 못한 자식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형제간에 싸우고, 늙은 부모를 내다 버리거나, 심지어는 부모의 재산을 탐내 부모를 죽이기까지 합니다. 현대인들의 생활이 ‘우리’ 라는 가족공동체에서 ‘나’ 라는 개인주의 핵가족형태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문명사회의 삶이 물질만능 시대로, 행복이 쾌락으로 타락하고 있습니다, 인간 삶의 가치관 변화의 비극입니다.
어머니날이 되면 어머니 가슴에 알량한 장미꽃 하나 달아주고, 식당에 끌려가 길게 줄서고, 제 입맛대로 산 선물 꾸러미 안겨 주는 것으로 일 년 치 효도 몽땅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도 젊었을 때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고희를 넘어 황혼 길에 서고 보니,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한 번에 끝나는 일회용 효도가 아니라 날마다 마음을 편하고 기쁘게 해주는 작은 관심이었습니다. 늙으신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물질이 아닌 관심입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부모의 은혜는 어떻게 갚느냐고 물었습니다. 스승이 말하기를 은혜는 갚을 수가 없고 보답으로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갚는다는 것은 빚 진 것을 돌려주는 것인데 부모님 은혜는 빚이 아니라 무상으로 받은 사랑이며 그 사랑을 받은 대로 갚기에는 이미 시간이 흘렀고 공간이 변했으므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보답의 길을 묻는 제자에게 스승은, 새로운 기쁨을 만들어 드리라 했습니다. 부모님이 만들 수 없는 기쁨을 부모님께 안겨 드리라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받은 은혜의 보답은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고 열심히 살며 아들딸을 낳아 부모님 가슴에 안겨드리는 창조된 기쁨입니다. ‘내 새끼’를 안아보는 종자번식의 성공과 보람이 부모님께는 무엇보다 고마운 보답입니다.
효도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습니다. 감사는 많은 것 아니고 있는 것 그대로입니다. 기쁨은 부담되는 선물이 아니라 챙겨주는 마음입니다.
어버이날은 달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와 같은 아버지와 함께 있고 달과 같은 어머니와 함께 있습니다. 허리 굽고 늙으신 부모님은 걸림돌이 아니라 지난날 내가 밟고 건너온 디딤돌입니다. 그리고 어버이는 껍데기가 아니라 변함없는 고향입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눈앞에서 어른거려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돈으로 만나는 자식보다 눈으로 보는 자식을 기다립니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윤학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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