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쇠고기 수입문제로 전 국민이 열병을 앓고 있다. 국민은 국민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왜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 언론들은 두개의 얼굴을 비추었다. 하나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 초청받았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라는 자화자찬의 선전기사와 무엇인가 의심스럽다, 아무래도 장소 값을 톡톡히 치러야만 하는 것 아닌가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하는 약간의 조심스러운 우려의 기사였다.
그런데 방문의 결과는 첫 번째의 호들갑스러운 자화자찬의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다. 싼 쇠고기를 수입하여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반대로 FTA 협정을 조속히 통과시켜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산품 수출을 확대시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형태가 되는 것은 분명한데 왜 이런 외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먹기 싫으면 사먹지 않으면 된다”라는 CEO 다운 경제논리만을 가지고 밀어붙인 결과로 한국을 쇠고기 열병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쇠고기 협상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으려고 하는 실리외교의 모델케이스를 보이려고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왜 한국 국민들은 그렇게도 저항을 하는 것인가?
나는 금번 한미 쇠고기협정을 보면서 그 옛날 있었던 사건이 생각난다. 지금부터 약 40여년 전 제3공화국 시절 한국의 중동건설 붐이 한창 일어나고 있을 때 모 건설회사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뇌물을 주다가 발각되어 현지 책임자가 구속 기소되어 결국은 엄청난 벌금을 물고 해결된 적이 있다. 그런데 뇌물을 주는 국가가 한국뿐이었겠는가. 모든 국가들이 그렇게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왜 하필 한국만 벌금을 물어야 했는지. 그것은 서툰 방법 때문이다.
이번 한미 쇠고기협정은 오랜 세월 경제적 논리에만 익숙해져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참모들의 잘못된 보좌로 인해 발생한 한국의 서툰 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고 싶다. 이왕 줄려면 홀랑 벗고 기분 좋게 주고, 그리고 반대로 미국도 홀랑 벗고 FTA를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면 된다는 지극히 한국적이며 유아적인 사고 위에서 발상된 외교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미국은 한국과 정치제도도 다를 뿐만이 아니고 그리고 현재의 정치의 힘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의회에 놓여 있다. 게다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FTA의 조속비준을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 이러한 정치상항을 판단하지 않고 외교를 펄쳤다고 하면 오산도 이만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미국의 정치권을 만족시켜주면서 한국 소비자의 요구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정교하고도 고도로 세련된 외교적인 방법은 없었을까?
경제는 이익이라는 하나의 목적만 달성하면 되지만 정치는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어야만 하는 종합예술이다. 더욱이 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고도의 외교술을 필요로 한다. 이번 한미 쇠고기협상과 같은 서툰 외교로 4대강국이 고도의 외교술로 자국의 이익을 얻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있는 동북아의 틈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교포의 한사람으로서 심히 염려스럽다.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위치에 있는 소국이 살아남으려면 고도의 외교술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외교관 양성과 시스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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