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orning!” 미국순방 3주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실에 들어서면서 모여 있는 장관과 비서진들에게 던진 인사말이다. 그리고는 그는 미국에 곧 갈 터이니 미리 영어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조크를 던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어느 누구도 “Good Morning”으로 화답하지를 못했다. ‘깜짝’ 예행연습에 차질이 나 엇박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무현 정권 때 보지 못했던 세계화의 바람이 청와대에도 불어오는 것 같다.
세계화에서 문제는 영어다. 한국에는 고을마다 영어마을이요, 학교마다 원어민 교사강의다. 서울근교에만 몰려있던 영어로 강의하는 이른바 사립국제학교가 웬만한 지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 학교의 등록금이 연 2만 달러를 넘나드는데도 입학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다. 교회마다 영어성경공부 반을 열어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코흘리개들까지 영어를 배우느라 야단법석이다. 그런데 영어가 다른 나라 말이다 보니 그리 쉽게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역설했던 속내도 충분이 이해가 간다.
영어태풍은 한국 대학가에 더 강하게 불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경쟁력은 영어실력이라는 시대조류에 따라 각 대학마다 영어강의 비율을 높이는데 모든 정력을 쏟고 있다. 수도권 명문대들은 몇 년 전만해도 원어민 교수를 유치, 특수한 과목만을 영어로 강의하게 했는데 지금은 영어권에서의 유학여부에 상관하지 않고 모든 교수가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비영어권에서 또는 한국에서 학위를 받은 교수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영어강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교실에서 서툰 영어로 가르치는 교수와 영어를 해득하기 힘든 학생들 사이에 웃지 못 할 희극이 가끔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9일자 한 중앙일간지는 서울의 한 명문대 영어강의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장면을 보도했다. 강의 제목은 ‘한국사회운동사’였다. 교수는 내용을 열심히 설명한 후 질문을 주문했다. 교실 안은 침묵만 한참동안 흐르고 있었다. 교수가 왜 아무 질문이 없느냐고 재차 말하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하는 말이 “한국말로 질문해도 괜찮습니까?”였다. 교수는 할 수 없이 강의내용을 한국말로 다시 설명했다는 얘기다.
정말 영어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어떻게 국가가 그 책임을 지느냐가 문제다. 모든 초등학교에서부터 공교육을 통해 국내에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영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해외로 나가는 ‘기러기 가족’의 방법으로는 빈 독에 물붓기다. 얼굴이 하얀 원어민 교사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영어권 교포 2세 또는 1.5세들을 대거 공교육에 투입,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영어권 교포교사들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어는 물론 조국을 몸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메릴랜드 엘리콧 시티에 있는 벧엘교회는 2년 전부터 ‘에스마이야 운동’을 펼쳐왔다. 미국과 케나다 여러 교포 교회에서 2세, 1.5세들이 방학을 이용, 한국의 농어촌교회들을 찾아가 성경과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교포 교사들은 한국을 좀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뿐 아니라 공립학교에 영어교사로 채용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영어권 국가 어디를 가나 한국에서 온 어학연수생들로 붐빈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 비영어권 유럽 국가들이나, 또는 일본에서 오는 어학연수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이들 국가들이 공립학교교육을 통해 산 영어교육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johnhugh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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