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되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앞뜰의 나무 가지마다 쬐꼬맣게 꽃망울을 매달기 시작할 무렵 차곡차곡 정성껏 싸놓은 가방을 싣고 워싱턴 덜레스공항으로 달려갔다. 독일 뮌헨을 경유, 총 10시간30분만에 리스본 공항에 도착했다.
포르투갈의 국토를 남북으로 가르며 흐르는 태주강의 대서양 하구에 자리 잡고 있는 리스본은 남한보다 약간 작은 땅에 인구 85만의 포르투갈의 수도다. 2002년 월드컵 때 그라운드를 누비던 땀방울이 맺힌 피구의 얼굴과 박지성의 통쾌한 왼발 슛으로 얻은 승리의 감격이 아직도 생생이 남아있는 축구의 나라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역사적 유적이 많이 소실되었고 폐허의 자리에 새로운 도시계획에 의한 신시가지가 조성된 차분하고 소박한 멋을 지닌 도시로서 곳곳에 전통 있고 웅장한 성당들이 많은 가톨릭 국가다.
첫 번째로 달려간 곳은 유럽의 최서단이자 이베리아 반도의 땅 끝 마을인 카보다로카다. 포르투갈의 가장 서쪽 끝이자 유럽 대륙이 끝나는 곳. 볼거리나 유적보다는 이곳이 갖는 의미가 큰 곳으로 절벽에 와 부딪치는 대서양의 파도가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을 알린다. 거센 바람과 파도가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데 서쪽 끝에 있다는 황홀감을 느끼게 해주는 곳, 눈에 보이는 것은 우뚝 솟은 기념비와 휑한 자연이지만 특히나 땅에 붙어있는 갖가지 색깔의 잔잔한 선인장 꽃들로 온통 뒤덮여 너무나 특이한 멋을 풍겨준다.
100년~200년 된 건물들은 붉은 지붕을 얹고 고풍스러움과 예스러움 묻어나는 골목길들이 도시의 역사를 묵묵히 일러주는 도시 전경 속에 운치있는 전차도 달리고 있고 광장 곳곳마다 조각상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벨렘에 있는 장대한 고딕양식의 건물, 16세기 포르투갈 전성기의 영광을 자랑하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마침 미사 중이라 굳게 문이 닫혀있어 웅장한 수도원 건물을 배경으로 디카에 담으며 아쉬움을 달랬고 가까운 곳에 벨렘탑이 의젓하게 서있다.
고메르시유 광장 안에 있는 어거스틴 구시가지는 맘 편히 활보하는 명동 같은 거리로 멋진 상점이 즐비하고 로시오 광장은 물결치는 듯한 광장바닥의 모자이크가 인상적이다. 기하학 무늬가 아름다운 화단이 조성되어 멀리 리스본 시내와 태주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에드워드 7세 공원은 영국 에드워드 7세의 1902년 리스본 방문을 기념하여 프랑스식으로 조성된 녹색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리스본 관광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곳이다. 땅이 좁아 주차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주차된 차량의 범퍼를 자기차로 쿵쿵 밀어서 틈을 만든 후 자기 차를 세운다고 하니 온통 차들은 상처 투성이다.
어둑해지는 리스본에서 하루의 관광을 마감하고 호텔로 갔다. 드높은 초원의 올리브나무들, 예쁜 꽃으로 장식된 발코니가 아름다운 낯선 마을의 골목골목들, 그곳서 만난 사람들의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