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광우병 사태로 난리가 난 것 같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같이 살자”라고 쓴 피켓을 들고 데모하는 군중들의 기사가 한동안 연일 보도되었다. 대통령을 선출한지 몇 달도 채 안되었는데 대통령 탄핵 여론까지 일었다 하니 보통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 수입 쇠고기 사건이 정말 대단한 일일까? 그동안 광우병 환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는가? 혹은 전체적인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품질에 있어서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라도 있는가? 아니다. 그저 미래에 대한 걱정 뿐이다. 그런데 한국 여론은 왜 이다지도 극으로 치닫는가? 결론은 의사소통의 부족에서 온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다보면 불필요한 마찰을 겪게 된다. 항상 예측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심각한 문제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사소한 문제들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큰 문제로 확대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속만 끓이는 사람도 있다. 결론은 문제 해결 능력인데 그 문제 해결 능력은 바로 언어 사용의 능력이다. 결국 언어 사용의 능력은 그 사람의 지적 능력과 성품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미국 사람들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미국인들은 항상 무엇에든지 각자의 의견이 있고, 또한 그들만이 갖고 있는 의견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줄 안다는 사실을 늘 절감한다. ‘3분력’이라는 책을 쓴 다카이 노부오는 미국인들의 의사표현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충격적인 범죄 사건이 일어났을 때 좀 과격하더라도 미국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한다. ‘치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 경비대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마치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논리적이며 해박한 견해를 내보인다. 그에 반해 우리네 사정은 어떠한가? ‘무섭네요’, ‘야아, 깜짝 놀랐어요’와 같이 초등학생 아이에게라도 들을 수 있는 단발적인 표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마치 남의 일처럼 대답한다. 자신의 의견을 묻는 질문을 ‘일반론’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사실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몹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논리부족에다 일의 우선순위가 선정이 안 되어 작은 문제를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남의 눈치를 신경 쓰면서 당장 본인이 해야 되는 일들을 등한시 하다가 남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 다니는 경우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예를 들면 남의 집 이혼 문제로 자신이 속을 끓이면서 하루 종일 잡담만 하다가 식구들 저녁상 차리는 것도 등한시 하게 되어 부부 싸움하는 예도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언어로 자신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고, 자기에게 필요한 일들의 우선순위를 언어로 표현할 줄 안다면 절대 그와 같은 불안정한 생활을 영위하지 않는다. 또한 언어로 자신의 고충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어려운 문제들도 주위의 도움을 얻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국민들 간의 갈등이 있다면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의사를 잘 전달하고 또 참여를 간곡히 부탁하고 더 나아가 비전을 제시하여 함께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설득해야 한다. 열이면 열사람 다 만족 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수를 움직일만한 언어 사용법과 그리고 지도자로서 특출한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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