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며칠 전 예고 없이 마지막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다. 이라크의 알말리키 총리와 기자회견 중 한 기자가 기습적으로 신발을 던지며 외치는 모욕적인 욕설로 봉변을 당했다. 그리고 그 치욕적인 광경을 세계의 주요 TV 뉴스가 크게 보도했다. 아랍 문화권에서 신발을 사람에게 던지는 것은 가장 큰 모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방문 중 받은 수치스러운 장면이었다. 그 후 투옥된 기자를 석방하라는 이라크 국민의 외침과 미국의 국기를 불태우는 반 부시 시가데모는 지난 5년 동안 전쟁에 시달리며 맺힌 이라크 국민의 한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03년 3월 20일에 시작되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은 참으로 비참한 참상을 빚어내고 있다. 한 사람 정치 지도자의 오산과 그를 보좌했던 몇몇 각료들의 착오로 시작된 이 전쟁은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을 파괴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국제 정치권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침략을 비판했으며 미국은 이제 세계 정치 지도국으로서의 위신을 잃었다. 군사적 무력을 앞세워 국제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공격적 일방주의 군사정책을 정당화하기가 힘들어졌다. 세상의 조롱받는 전쟁이 되어버렸고 인류문명에 검은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ABC 뉴스와 녹화된 인터뷰에서 임기 중 가장 후회하는 일로 이라크 전쟁과 관련,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여부와 알카에다 국제 테러조직과의 직접적인 연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는데 실패하였음을 지적했다. 그 전쟁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인하지 못 한 채 전쟁을 일으켰음을 암시한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정치 경제적인 타격이 극심하여 미국만의 직접적인 전쟁비용만도 6,000억 달러를 초과했고, 미국 전반 경제계에 미칠 전체적인 비용은 3조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미국의 경제를 붕괴시키고 국가의 천문학적인 부채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몰고 가는 하나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5년 넘게 이 참혹한 전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4,200명 이상의 미군이 희생되었다. 현재 이라크 전쟁 비용만으로도 한 달에 100억 달러를 쓰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는 공황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자체의 피해만 보도하고 있지만, 피해자 측인 이라크 입장에서 보면 국가와 사회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고 참혹한 살상과 파괴로 그 나라와 사회가 깨어지고 있다. 이라크 국민의 전쟁피해자 수가 100만을 넘었고, 200만이 넘는 국민이 인접국가로 도피하여 가정이 파산되고 있으며 전쟁질환 사회불안과 정신질환이 그 나라의 기반을 파괴하고 있음을 뉴스는 보도하고 있다. 50만이 넘는 전쟁고아들이 생겼으며 그 나라의 문화와 도시와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대선에서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함에 따라 한 가닥 희망을 품게 됐다. 전쟁은 인류역사를 피로 물들이고 참혹한 상처와 흔적만을 남길 뿐이다. 전쟁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깨지고 대량 살육이 정식으로 허용되는 참혹한 일인 것을 재삼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은 인류의 문명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폐허로 만들뿐 아니라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인류문명과 참혹했던 전쟁의 고통은 영원한 상처로 인류역사에 새겨질 것이다. 2차 대전 중에 독일 나치에 의해 살해된 수백만의 유태인들과 일본군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종군 위안부들의 영혼은 영원히 인류역사에 검은 오점으로 남겨질 것이다. 한 사람 정치지도자나 혹은 정치폭군의 오만과 착오로 항상 전쟁은 시작된다. 그리고 인류의 문명과 질서는 계속되는 전쟁으로 참혹하게 파괴되고 있음이 아니던가.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하늘의 축복을 기다리는 이 성탄의 계절에 살상과 파괴 대신 평화와 공존의 세상이 임하기를 소망해보며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 걸어보는 기대가 크다.
박영환
포토맥,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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