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향기가 있어야 하고, 과일은 달콤해야 하고, 사람은 따뜻해야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있어도 사람은 다 사람이다. 그 어느 누가 잘 난 사람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힘센 사람도 없고, 약한 사람도 없다. 시골에서 산 사람이나 도시에서 산 사람이나,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나 공부를 많이 못한 사람이나 깊숙이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하고, 세월이 가면 머리가 희어지게 마련이다.
살다보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게 된다. 성질 급한 사람, 느긋한 사람, 얄미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 차가운 사람, 헤픈 사람 등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늘 마음에 자리 잡고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그냥 좋은 사람이다. 그냥 좋다는 말이 뜬 구름 잡는 것 같이 들리지만 좋은 사람은 그냥 좋은 사람이다. 좋기 때문에 늘 생각나고, 궁금하고, 만나고 싶고, 함께 잠을 자고 싶고, 그리고 함께 어디엔가 머물러 며칠을 지내고 싶은 사람이다. 설령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늘 같이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성경에 요나단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요나단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사울의 아들이었다. 이 요나단이 베들레헴이라는 시골에서 양을 치는 목동이었던 다윗을 만나게 된다. 사울왕은 다윗을 미워한 나머지 죽이려고 쫓아다녔다. 그런데도 사울의 아들 요나단은 아버지를 거들지 않고 다윗을 살리려고 여기 저기 피해 다니도록 도왔다. 요나단이 한편으로는 아버지 사울에게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비난받았을지 몰라도 다윗에게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조건을 보지 않고 순수한 친구의 사랑, 의리를 보여 주었다.
사람이 사는 인생은 연극이나 드라마와 같은 것이다. 아니 연극과 드라마가 인생의 한 단면들을 보여 주고 있다. 왕도 거지가 될 수 있고, 거지가 왕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과거에 가난한 사람이 지금 부자가 될 수 있고, 지금의 부자가 내일의 가난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늘 좋은 마음,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가을이 되면 무엇보다도 사람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 고마운 사람,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생각나게 된다. 그래서 노래 가사 중에 “가을엔 편지를 써요”라고 노래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같이 있어도 함께 하지 못하고, 또 생각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가 얼마나 유한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된다.
지나간 사진을 볼 때 특별히 다른 사진보다 더 오래 동안 유심히 보는 사진이 있다. 그 사진 안에 함께 서 있던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구태여 과거의 추억에 매달려 사는 우울(憂鬱)하고, 우수적(憂愁的)이라고 말을 들어도 상관없다. 지나간 시절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이 아니라고 비판받아도 좋다. 비록 지나간 시절이라 할지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던 그 흔적들이 나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 것만도 나에게는 축복이고 은혜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족들을 보게 된다. 때로는 가슴 아프게 살고,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자랑스럽게, 때로는 약하게 사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내가 해 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미안할뿐더러 무력감마저 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대한의 능력의 원천인 기도가 있기에 오늘도 그 사람,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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