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스 가격이 오르자 뉴욕의 로렌인 그린(왼쪽)은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왕복 50마일의 출퇴근 거리를 갤런 당 4달러씩 하는 개스를 쓰며 다니기는 벅차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아직까지 경제회복에 별다른 차질을 빚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뉴욕의 허드슨 밸리에서 고객 상담 매니저로 일하는 로레인 그린에게 그것은 단지 작은 위안일 뿐이다. 지난 주말 그린은 직장에서 훨씬 가까운 곳에 셋집을 구하고 이삿짐을 싸느라 바빴다. 갤런 당 4달러의 개스는 왕복 50마일 거리를 통근하기에 너무 비싸기 때문이었다.
장거리 통근자들 직장 근처로 이사하고
기계 고장 나면 새로 사는 대신 고치고
소비자들 운전 기피로 온라인 판매는 붐
“다른 방안은 트럭을 팔고 소형차를 사든지 아니면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라고 그린은 말한다. 그는 이사를 택했다. 새로 이사 간 집은 사무실에서 8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3개월간 꾸준히 늘어난 일자리, 그리고 올해부터 연방 원천징수세금 인하가 치솟는 에너지 가격의 타격을 그런대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기침체를 헤쳐 나가느라 고전 중인 일반국민들에게는 도무지 괜찮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델라웨어, 윌밍턴의 철물점 트루 밸류의 고객들을 보면 자동차의 개스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구매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전 같으면 잔디깎기 기계를 새로 살 상황인데도 요즘은 새 기계를 사는 대신 대개 교체할 부품을 사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자영업소 4곳 중 한곳은 판매 부진을 최고의 문제로 꼽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매일 골든게이트 대교를 건너는 차량의 수가 줄어들고 대신 버스나 페리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늘어났다.
최근 몇주간 개스 가격이 약간 주춤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개스 가격은 1년 전보다 30% 가량 올랐다. 고유가는 식품, 항공료, 하다못해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요금까지 오르게 하면서 소비자들은 다른 구매 여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소매체인, 월마트의 17일 발표에 의하면 비싼 개스 가격으로 샤핑객들이 타격을 입고 있고, 결과적으로 월마트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업한지 최소 1년 이상 된 월마트 매장의 매출은 2분기에 최소한 1.1%가 하락했다.
“고객들이 높은 개스 가격 때문에 매장으로 오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미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빌 사이몬은 말한다.
주거시설 부품 체인인 로우스의 경우는 이번 4분기 이윤이 6% 떨어졌다. 고객들이 매장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매장 출입 고객 수가 3.4% 줄었다.
“치솟는 개스 가격과 에너지가가 주택소유주들에게는 차후 지출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로우의 로버트 니블록 사장은 말한다. 지난달 전국에서 주유된 개스량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1% 떨어졌다.
앞의 그린이 일하는 토피컬 바이오메딕스의 경우 운전 마일을 줄이는 것이 기업의 우선적 과제가 되었다. 루 패러다이스 사장은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에 투자함으로써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도 서류와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그래서 집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개스카드를 보너스나 생일선물로 주고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한 세미나들을 열기도 한다.
그리고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어딘가를 운전해 가야 할 때는 되도록 회사 차량을 쓰도록 강조하고 있다. 오염 없는 디젤 차량인 폭스바겐 TDI, 그리고 연비가 상당히 괜찮은 편인 포드 트랜짓 커넥트 밴을 회사 차량으로 비치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직원들의 개스 가격 부담을 덜어주려고 배려를 하고 있다. 매서추세츠, 매쉬피에서 작은 배달업체를 운영 중인 로버트 트로우는 최근 직원들의 봉급을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인상을 했지만 이번에는 개스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LA인근에 소재한 모발제품 생산업체 폴 미첼에서는 직원들이 카풀을 하면 회사가 마일 당 20센트를 지원하고, 버스를 타면 버스비 전액을 지불해준다. 회사의 그런 제안을 점점 많은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여전히 회복이 느리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개스 가격에 타격을 입지는 않을 정도는 탄탄하다. 금년 초부터 미국의 고용주들은 7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 임금 총액이 늘어나면서 경제에 돈이 더 많이 흘러들어가게 했다.
금년 초부터의 개스 가격 인상이 대략 750억 달러~1,000억 달러의 지출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임금에 대한 원천징수세금 인하가 1,120억 달러를 되돌려 놓았다고 크레딧 스위스는 분석한다.
고유가 때문에 이득을 보는 업체들도 있다. 샤핑객들이 주말에 자동차를 몰고 나가는 대신 집에서 마우스만 클릭 하다 보니 온라인 판매가 붐을 이룬다. 지난 4월 인터넷 상거래는 1년 전에 비해 19.2%가 성장했다. 이것은 지난 2007년 7월 이후 최대의 증가이다.
소비자들이 소형 자동차를 원하면서 자동차 판매도 최근 늘었다. 지난 4월 자동차 판매는 18%가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연비 높은 소형 컴펙트 차량들, 셰비 크루즈, 포드 피에스타와 포커스 등의 모델, 그리고 니산 리프 같은 전기 차량으로 돌아선 덕분이다.
윌밍턴, 트루 밸류의 소유주인 탐 비지는 고객들이 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다고 불평하는 소리들을 듣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 같으면 5마일을 더 운전해 홈 디포에 갔을 고객들이 이제는 자기네 가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출은 여전히 오르지 않고 있다.
기계가 낡으면 새로 구입하는 대신 부품만 교체하는 케이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항공사와 호텔업체들은 넓은 의미로 경제가 개선되면서 항공티켓과 객실이 계속 팔리고 있다고 말한다. 갤럽이 16일 발표한 바에 의하면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은 올여름 지난해에 비해 교통비가 더 든다하더라도 집을 떠나 휴가를 갈 계획이다.
경제 분석가들은 유가가 더 이상 치솟지 않고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개스 가격이 다시 더 치솟는다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오르는 데 대해 나름대로 적응을 하다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패닉상태로 접어드는 전환점이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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