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연 리뷰
▶ 두다멜-LA필 시즌 마지막 연주
형제 듀오 르노 카퓌송(왼쪽)과 고티에 카퓌송이 두다멜의 지휘로 브람스 더블 콘첼토를 연주하고 있다.
환희·생기 ‘브람스 재해석’
카퓌송 형제와 협연에 갈채
구스타보 두다멜과 LA필하모닉의 두 번째 시즌이 ‘화려하게’ 종료됐다.
상투적인 어휘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화려하게 막을 내린 지난 5일의 콘서트는 어찌나 좋았는지, 여운이 며칠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2010-11 시즌 최종 연주회이자 ‘브람스 언바운드’(Brahms Unbound) 시리즈 다섯 번째 프로그램의 마지막 연주회였던 이날 콘서트는 마침 영화관에서도 생중계된 ‘LA필 라이브’ 콘서트였는데 LA 일대 극장들에서는 티켓이 모두 매진됐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은 브람스의 바이얼린 첼로 더블 콘첼토와 브람스 4번 교향곡. 두 곡 모두 누가 연주하더라도 매혹적인 작품인데다 젊고 천재적인 지휘자와 협연자들이 뿜어내는 활기와 에너지가 넘치도록 충만해 연주회는 마치 축제와 같았다.
협연자 바이얼리니스트 르노 카퓌송과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형제는 21세기의 가장 촉망 받는 솔로 아티스트들이며 가장 이상적인 듀오라는 찬사를 듣는 연주자들로, 두 사람은 이날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극적인 연주, ‘일렉트리파잉’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불꽃 튀는 공연으로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 갈채를 받았다. 특히 앙코르로 연주한 헨델의 파사칼리아는 현의 완벽한 테크닉을 마음껏 뽐낸 화려한 선물이었다(카퓌송 형제가 정명훈 지휘의 구스타프 말러 유겐트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더블 콘첼토를 협연한 음반이 2007년 나왔다).
4번 교향곡은 브람스가 52세 때 작곡한, 그 자신이 4개 교향곡 중 가장 좋아한 작품으로 꼽힌다. 인생의 가을, 고독과 우수가 깃들었으면서도 체념적이지 않고 삶의 빛과 예지가 반짝이는 곡이라고 해석되는데, 두다멜은 젊음의 환희와 박력이 느껴지는 교향곡으로 재해석해 연주, 디즈니홀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또한 깜짝 앙코르로 들려준 헝가리 무곡은 코믹한 느낌이 나도록 극적으로 연주해 얼마나 경쾌 유쾌하고 즐거웠는지 모른다.
벌써(!) 2년이 지났는데도 두다멜과 LA필의 허니문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음악팬들의 사랑도 갈수록 진해진다. 아직도 LA에서 두다멜은 화제고, 그의 연주회는 늘 매진을 기록한다.
세상에 수많은 지휘자가 있고 마에스트로가 있는데 이제 서른 살, 바로 몇 달 전 첫 아들을 본 ‘새파랗게’ 젊은 그에게 전 세계 음악계의 찬사와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음악에 대한 그의 무한한 열정과 사랑,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말할 수 없이 밝고 힘차고 아름다운 영혼과 기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작년에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음악은 내게 공기와 같고, 물과 같고, 음식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음악이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주장에서 그를 보면 음악의 화신이요, 마술사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지휘봉을 드는 순간 마술사가 매직을 부리듯 오케스트라에서 불꽃같은 음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는데, 사실은 그 사운드 자체에서보다 그가 뿜어내는 강렬하고 긍정적인 기운과 에너지에 사람들은 도취되고 매혹되는 것이다. 그리고 LA필은 그의 지휘 아래 정말 반짝반짝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유튜브 같은데서 그가 리허설 하는 장면을 잠깐잠깐 보면 공연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날 것의 파워가 느껴지고, 전원 그보다 나이 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왜 그를 전폭적으로 사랑하고 따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60분’ 진행자의 코멘트를 빌면 그는 단원들을 요리하고(cook), 영감을 주며(inspire), 재미있게(amuse) 연주하도록 이끈다. 바로 그 지휘봉으로 그는 청중도 요리하고 영감을 주며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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