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흑인도시인 애틀랜타의 한 초등학교에서 인종과 폭력 문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를 가정학습 과제로 내 파문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애틀랜타저널(AJC)과 채널2액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애틀랜타 북부 노크로스 시에 있는 비버릿지 초등학교는 최근 3학년 학생들에게 `노예’와 `매질’이란 폭력적 단어가 담긴 수학 숙제를 냈다.
논란이 된 문제는 "나무마다 56개의 오렌지가 달려있는데 8명의 노예가 똑같은 수의 오렌지를 딴다면 1명이 평균 몇 개를 따느냐?", "프레데릭이 하루에 2차례 매질을 당한다면 1주일에 모두 몇 차례 얻어맞느냐?"였다.
해당 학부모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이런 걸 어린 학생들에게 숙제라고 내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측의 공식 사과와 교사 및 교육청 관계자들에 대한 다문화 교육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당국은 고의가 아니었다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은 "교사들이 3학년 수학에서 (미국의) 역사를 가르치려는 의도였다"며 "학교장이 개인적으로 교사들과 함께 더 적절한 교습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당국의 이 같은 태도에 학부모들은 "기가 막힌다"며 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초등학교가 미국 내 소수인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곳이란 점에서 학교가 가난한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줬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1천200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는 62%가 히스패닉, 24%가 흑인 학생이며 전체의 87%가 정부의 무상급식 대상이거나 밥 사먹을 돈이 없어 식사량이 깎인 점심을 먹고 있다.
애틀랜타는 흑인이 전체 주민의 54%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흑인 인구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지역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교육 불모지 애틀랜타의 이미지가 더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애틀랜타는 지난해 교장과 교사, 교육청 관리 등 수백명이 정부의 인센티브를 노리고 역사상 최악의 시험성적 조작에 가담한 사건이 적발돼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애틀랜타를 주도로 하는 조지아주의 경우 교육 수준이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인근 앨라배마주와 함께 만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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