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유산을 둘러싼 2세 남매 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애틀랜타에 있는 킹 목사 기념사업회(이하 킹센터)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터 킹 3세(55)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이날 성명은 킹 목사의 막내딸인 버니스 킹(49)이 새 CEO로 내정됐다는 발표가 난 지 닷새 만에 나온 것이다.
2004년부터 회장 겸 CEO로 활동해온 마틴은 성명에서 "사업 재단 이사로만 활동하겠다"고 밝혀 버니스가 전권을 쥐고 기념사업을 이끌 것임을 시사했다.
1968년 암살된 킹 목사는 2006년 타계한 코레타 스콧 여사와 사이에 2남2녀를 뒀다.
첫째 딸인 욜란다는 배우로 활동하다 2007년 심장병으로 유명을 달리했고, 둘째인 마틴은 동생인 덱스터(51), 버니스와 함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권운동가로 활약해왔다.
이들 남매는 2008년 마틴과 버니스가 차남인 덱스터를 공금 유용 혐의로 고소하면서 우애에 금이 갔다.
마틴과 버니스는 덱스터가 어머니가 남긴 부동산 등 유산을 몰래 빼돌려 개인 사업 자금으로 썼다고 공격했고, 이에 덱스터는 마틴과 버니스가 사업회 재산인 아버지의 유산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맞고소를 했다.
덱스터는 더 나아가 형인 마틴이 사업회에 기부된 5만5천달러 짜리 링컨 SUV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여동생과 함께 수많은 권력 남용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던 남매간 맞고소 사태는 양측이 합의 하에 소를 취하하면서 1년 만에 일단락됐지만 유산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경쟁은 물밑에서 계속돼왔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번에 회장 자리에 오른 버니스는 2세들 가운데 유일하게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권력지향적 인물로 통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아버지 킹 목사가 창립한 남부기독교지도자협의회 회장에 올랐다가 집행부와 불화로 조기 사퇴한 그는 미국 내 대표적인 초대형 교회인 새생명침례교회에서 장로로 활동하는 등 흑인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교회는 담임목사인 에리 롱 목사가 청년 성도들과 동성애 행각을 벌인 것이 드러나 교단에 충격을 준 곳으로, 버니스는 지난해 5월 장로직을 내놨다.
막내딸이 오빠들을 대신해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하게 된 가운데 차남인 덱스터는 사실상 명예직인 재단 이사장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덱스터는 1989년 킹 센터 회장이 됐다가 창립자인 어머니와 갈등으로 몇 달만에 그만뒀다가 5년 만에 복권된 적이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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