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삭감으로 인쇄비용 충당 어렵고 온라인에 길든 학생들 신문에 무관심
뉴욕시의 드윗 클린턴 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주 2012~2013 학사연도 마지막 신문을 편집하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신문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학교 신문들도 폐간 위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 신문이나 블로그로 탈바꿈
미국 고등학교들의 교내신문이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신문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한파가 교내신문들에도 닥친 것이다. 치솟는 인쇄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은 독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종이신문 보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해지면서 길게는 100년을 이어온 교내신문 전통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뉴욕의 브롱스 북서부 지역에서 발행되는 더 클린턴 뉴스는 독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정보의 근원이었다. 지난 1930년대 격주로 1만부가 인쇄되었던 더 클린턴 뉴스는 2차 대전 중 해외로까지 우송되었다. 브롱스 주민들이 전쟁터에 나가 싸우던 동창들에게 보내주었다.
브롱스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가치를 가진 더 클린턴 뉴스도 다른 모든 신문들과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인쇄비는 치솟고 거기에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젊은 세대의 미디어로 자리 잡으면서 존폐위기에 처했다. 일반 신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신문은 고등학교 교내신문이라는 점이다.
더 클린턴 뉴스는 드윗 클린턴 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들고 읽는 교내신문이다. 이번에 창간 100주년을 맞은 이 신문은 뉴욕 시에서 가장 오래된 학생 신문이다.
뉴욕시 교육국의 비공식 조사에 의하면 관할 구역내 공립 고등학교 중 교내 신문을 발행하거나 신문학 과목을 제공하는 학교는 8개교 중 하나 꼴이 채 못된다. 많은 학교가 신문 발간 횟수를 1년에 몇 차례 정도로 줄였다.
학보사 스탭이 줄고, 예산이 삭감된 데다 학생들이 주요 학과 공부에 집중하는 새로운 추세 등이 원인이다. 종이 신문은 아예 사라지고 온라인 신문이나 거기서 더 축소된 뉴스 블로그 형태로 존재하는 교내 신문들도 적지 않다.
뉴욕은 세계 미디어의 수도라고 말하지만 교내 신문으로 보면 전혀 상황이 다르다고 콜럼비아 학교신문 협회의 에드먼드 J. 설리번 회장은 말한다. 이 협회는 고등학교 학보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고 웍샵을 진행하곤 한다. 뉴욕시의 560개 공립 고등학교 중 협회의 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학교는 7개교에 불과하다. 1970년대에는 85개교가 참여했었다. 반면 뉴욕시의 23개 사립 고등학교들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공립 고등학교 중 교내 신문을 발행하는 학교는 거의 2/3에 달한다. 켄트 주립대학의 학교신문 저널리즘 센터가 지난 2011년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내 신문이 없는 학교들이 주로 이민자 자녀들이 많은 도심의 학교들이라는 사실이라고 이 연구를 감독한 저널리즘 학과의 마크 굿만 교수는 말한다.
도심 학교 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게 되고 그래서 장기적으로 소수계의 미디어 진출을 어렵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학교신문은 미 전국의 많은 우수한 고등학교들의 소중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학생들이 주도권을 잡고 일을 하면서 글쓰기 실력을 닦고 윤리관과 책임감에 대한 교훈도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좋은 기회이다. 학생들이 지성과 열정을 가지고 토론하는 공공 포럼을 제공했고 아울러 보너스로 대학 입학지원서에 이력을 보태기도 했다.
근년 이들 학교신문의 하락은 학교만의 손실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신문업계로 봐서도 손실이다. 인터넷 포스트와 즉각적 메시지에 길이 든 학생들이 이다음에 자라서 신문 구독자가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신문 자체를 접해 보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떻게 신문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겠는가?”라고 온라인 신문 지도교사인 조수아 십킨은 말한다. 그는 퀸스에 있는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고등학교의 온라인 신문 제작을 지도했는데 지금 그 신문은 폐간되었다.
“누군가가 무가지인 메트로 뉴욕을 손에 쥐어주지 않는 한 학생들 대부분은 신문이라는 것 을 인식조차 못합니다.”브루클린에 있는 텔레커뮤니케이션 아츠 & 테크놀로지 고등학교의 데이빗 M. 디 마티니 교감은 과거 학교 신문이 나올 때 만큼 자랑스런 순간들이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학교의 신문, 더 스테이트먼트는 올 봄에 조용히 사라졌다. 베이크 세일과 학부모회 후원금 등으로 기금을 충당해야 했던 종이신문 발간이 어려워지자 대신 온라인 신문으로 몇 년간 실험을 해봤지만 결국 실패를 하고 말았다.
퀸스에 있는 세계 저널리즘 프렙 스쿨조차 학교 신문 출판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립학교인 이 학교는 600명 학생들에게 저널리즘을 가르쳐 주변 세계를 저널리즘 시각에서 파헤쳐보게 교육시킨다. 그런 학교가 올해 학교 신문 예산 지원을 끊었다. 신문 발행을 하려면 매년 1만 달러씩 들어가는 데 이를 무한정 지원할 형편이 못된다고 학생들에게 누누이 설명한 후 내린 결정이었다.
이에 학생들은 광고를 판매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온라인 신문으로 바꾸기로 정했다. 이런 경험이 학생들에게는 미디어 업계에 대한 소중한 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이 학교 교장은 말한다.
이런 식으로 신문이 사느냐 죽느냐가 갈린다는 사실, 그리고 수익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는 것이 신문업계에서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배워야 한다고 학교를 창립한 신시아 슈나이더 교장은 말한다.
“가만있어도 모든 게 거저 주어지는 것으로 여기며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면 안 되지요.”뉴욕시 학교신문 협회의 로브 시멘즈 회장은 학교 신문들이 처한 상황을 ‘지구전’이라고 표현한다. 45개 학교 교내신문 지도교사들로 구성된 이 협회는 시내 모든 고등학교들에 일률적으로 관련 정보를 보내지 않게 된지 몇 년이 되었다. 회신을 보내오는 곳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많은 학교신문 지도교사와 저널리즘 학자들은 그래도 학교신문 폐간에는 신중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몇몇 학교들은 신문 발행을 중단한 후 다시 발행하고 있다. 브루클린의 보이스 & 걸스 고등학교는 올해 신문을 하나도 아니고 둘을 새로 발간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표현의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이다.
브롱스의 더 클린턴 뉴스는 대공황과 2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학교 예산 삭감을 거치며 발행되어 온 신문이다. 이런 신문이 폐간 위기를 맞자 학교 동문들은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펼쳤다. 인쇄비용을 충당하고 새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며 지면을 컬러로 격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교내 신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12학년 학생 레베카 드와카는 동급생들이 좀 더 신문에 눈길을 주기를 바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페이스북으로 알아보는 것이 새로운 방식이지요. 자리 잡고 앉아서 관련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뉴욕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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