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협상 앞으로 3개월이 고비
▶ 이란 핵협상의 교훈
국제 사회는 역사적인 이란 핵 협상의 중대한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 3개월 안에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봉쇄하는 포괄적 협상이 타결된다면,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위한 의미 있는 승리가 될 것이다. 국제 사회는 이란 핵 협상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려는 국제 사회의 규범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국가다.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 통제를 받는 방식의 민간 원자력 발전에서 시작했다. 두 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평화적인 원자력 활동을 허용받았으나, 이후 국제적 의무에서 벗어나 핵무기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결정을 내렸다.
[세계는 지금]
■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 유무에 큰 차이
이란과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추진한 맥락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미래확산 방지 ▲검증 가능한 폐기원칙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북핵 협상 추진에 큰 교훈이 될 것이다.
물론 이란과 북한 핵 프로그램의 차이와 두 나라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의 차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2003년 중단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위험 회피’전략의 성격이 강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능력 개발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무기용 핵분열 물질 개발 ▲핵무기 기폭장치 실험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탑재수단 연구 등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핵무기 제조에 실제로 이용하려는 결정을 내린 적은 없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우려로 단행된 이라크 침공, 이란 핵 시설의 전용 사실 확인, 국제 경제 제재 등으로 이란은 핵무기 추진을 중단하고 협상에 나섰다. 이후 10년 만에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독일이 추가된 ‘P5+1’ 6개국은 지난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3개월 이내에 핵폭탄 개발을 봉쇄하고 민간의 제한된 핵 활동도 감시하는 포괄적이고 장기적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게 됐다.
반면 북한 핵문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평양은 실제로 8~12개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개발ㆍ발전시켜 놓고 있다. 1985년 NPT 가입과 91년 남북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도 불구, 평양 정권은 핵무기 개발 결정을 내렸다. 93년국제 의무와 남북간의 약속을 어기고 핵무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다.
2006년 1차 핵실험은 북한이 핵무기를 꾸준히 개발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했다. 핵무기가 없는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를 보유함으로써 협상에서 한 가지 더 강력한 지렛대를 갖게 됐다.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북한은 협상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란과 북한은 각각 적용 받는 국제 제재의 내용과 강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두 나라는 핵확산과 관련,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제재는 이란에 대해더 효과적으로 작동해 테헤란 당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란은 북한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통합돼 경제적 고립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재에 대한 국제적 협조도 이란에 대한 압력을 고조시켰다.
북한의 경우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뚜렷하지 않은 게 문제다. 대북 제재에대한 중국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북한 경제는 계속 굴러가고 있다. 외부와 고립된 체제에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민의저항할 수 없는 구조도 이란보다 국제 제재에 덜 민감하도록 만들었다.
■ 이란과 합의할 감시ㆍ검증 북 협상에도 중요
이런 차이 때문에 이란에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낼 수 없다. 북한에게는 새로운 조합의 유인책과 압박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협상의 본질과 과정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 데 적잖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협상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란 핵 협상에서 북한에 적용될 게 있다면 포괄적 합의를 통해 구축될 감시ㆍ검증 체제다. 핵무기를 개발하지는 않았으나, 이란은 핵무기 개발 실험을 수행했고 국제 사회를 기만한 역사가 있다.
NPT 체제에서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한 게 대표적이다. 이란이 평화적 핵 활동으로 위장한 채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는 국제사회의 의심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 핵 합의는 은밀한 프로그램과 어떤 위반도 즉각 탐지할 수 있는 감시 및 검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북한도 비슷한 우려를 하게 만들고 있다. 평양 정권을 위한 핵무기 단지로 바뀐 많은 핵 시설은 당초 국제사회의 눈을 속여서 시작됐다.
북한 정권의 불투명성과 IAEA를 기만한 사례등을 감안하면, 미래에도 감시하고 검증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내용의 비핵화 합의이건 북한에 민간 원자력 발전을 허용하는 내용이라면, 이란 핵 협상의 감시ㆍ검증 체제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만약 핵무기를 폐기하기로 타협하게 된다면 북한 민간 원자력 발전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게 된다. 1994년에는 나중에 핵무기로 전용된중수로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은 핵확산 위험이 없는 경수로 원전을 얻어 냈다. 2005년 6자 회담때도 북한과 협상했던 다른 5개국은 경수로 원전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향후 북핵 합의에 경수로 원전과 민간 원자력발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북한이 기존 핵 관련 기반 시설을 이용해 핵무기를 추구할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민간 핵 프로그램이 유지된다면, 이란에 적용된 감시ㆍ검증 체제는 북한을 철저히 감시해 핵무기로 전용되는 것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북핵 협상에 이란 합의 귀중한 교훈
이란에 대한 핵사찰 패키지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으로 IAEA의‘ 추가 규약’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규약은 국제 감시관이 예고 없이 모든 핵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감시관은 또 핵 활동이 있는 장소라는 의심이 들면 핵 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곳도 접근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북한과 합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추가 규약이 적용되면, 국제 감시관이 광범위한 시설에 접근할 수 있고, 예고 없는 사찰은 은밀한 활동이나 합의 사항 위반을 감시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란과 핵 합의에 핵 활동 관련 모든 물질에 대한 철저한 계측을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도 주목된다. 꼼꼼한 계측은 은밀한 핵 활동을 위해 물질을 빼돌리는 것을 차단한다. 이란은 또 불법ㆍ비밀 구매활동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것이다. 이런 유통 부문에 대한 감시는 비밀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구매 활동을 감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핵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은 또 핵무기 실험 관련 과학자 정보도 IAEA에 제공하게 된다. 이 조항들은 미래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국제사회에 심어줄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란에 적용했던 것 이상의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 이란과 달리 이미 핵 탄두를 보유한 만큼 그 폐기를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때 이란에 적용된 감시ㆍ검증 구조가 대북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주요한 구조물이 될 것이다.
이란 핵 협상은 협상 과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예시가 된다. 특히 협상 당사자간 단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P5+1’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감시하기 위해 확실히 공조했다‘. P5+1’중 누구도 이란과 개별 관계를 앞세우지 않았다.
과거 북핵 협상에서는 그런 공조가 되지 않았다. 2003~2009년 중 북한 이외 5개국은 6자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남북통일 ▲북한 정권 붕괴 때 지역정세 불안 가능성 등 각자 대북 현안 때문에 비핵화에 두는 무게가 달랐다. 게다가 북한은 5개 국 사이의 이 같은 불일치를 협상을 뒤집는 지렛대로 이용했다.
미래에도 북핵 협상이 다자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당사국은 ‘비핵화’ 목표에 인식을 같이하는 한편 다른 현안보다 비핵화에 무게를 둬야한다. 글린 데이비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해 강연에서 “다방면에 걸친 5개국의 공조가 북한을 움직이는 공동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핵 합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ㆍ기술적으로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한다. 그러나 북한 핵 위협은 허용될 수 없다.
이란 핵 합의가 성사된다면, 그 모멘텀과 협상과정에서 얻은 건설적 내용은 북핵 협상에 귀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켈시 데이븐포트 / 미 군축협회 핵비확산정책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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