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롱비치항 입항 거부 수출입 대란, 수입품 막혀 연말장사 초비상
▶ 하역·운송업체 줄소송 가능성도

1일 롱비치 항만에 위치한 한진해운 전용 터미널((Pier T)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들이 법정관리 사태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들이 입항을 거부당해 하역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본보 8월31일자 경제섹션 1면·9월1일자 경제섹션 2면 보도)의 후폭풍이 남가주 한인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 선박들이 LA 및 롱비치 항에 들어오지 못해 한국이나 중국에서 한진해운을 통해 물건을 공급받는 남가주 한인업체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의류, 원단, 잡화, 가전제품, 식품 등 한국 또는 중국으로부터 수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한진해운이 회생하지 못하고 청산될 경우 물건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져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연말 할러데이 시즌 장사까지 망칠 가능성이 높다고 울상을 지으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 세계의 한진해운 선박들은 입항이 거부되거나 화주 등의 가압류 우려 때문에 항구에 입항하지 못해 공해에서 떠돌고 있다.
LA와 롱비치에서 서쪽으로 20여마일 떨어진 해상에 한진해운 선박 3~4척이 정박해 있다. 또한 타회사 선박이 싣고 온 한진해운 컨테이너들도 롱비치항 등 세계 각국 항구로부터 ‘퇴짜’를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진해운 선적 화물을 내륙으로 수송하는 미국 철도·트럭 회사가 운반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진해운은 해운동맹인 CKYHE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선박을 공유하지 못하면서 북미·유럽 등 주력 항로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삼성, LG 등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기업들도 한진해운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한진해운으로부터 “선박에 정박 지시를 내려 입항이 지연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은 뒤 선사 교체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세리토스에 본사를 둔 포워딩 업체 ‘제임스 월드와이드’ 이중렬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한진해운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식품, 의류 등 고객들이 전달받아야 할 컨테이너 20개가 한진해운 선박에 묶여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진행 상황을 고객들에게 통보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물량 비중이 높은 LA 다운타운 원단업계는 거의 ‘패닉’ 상태다. ‘브로드웨이 텍스타일’ 유진 김 대표는 “한국에서 원단을 수입하는 업체들의 경우 한진해운 물량이 50%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에이전트들을 총동원해 한진해운을 대체할 선사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주니어 전문 의류업체 ‘씨 유 먼데이’ 이윤세 대표는 “한진해운이 공중분해 될 경우 다른 선사들이 담합해서 운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판매업체 ‘텔레트론’ 척 임 부사장은 “1~2년 전 미 서부항만 노조 파업 당시에도 한국에서 들어온 물건들이 항만에 묶여 장사에 차질을 빚었는데 그 때의 악몽이 재현되는 느낌”이라며 “한진해운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회사가 사라질 경우 영업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선적 물건을 하역하는 항만 터미널과 하역업체도 한진해운 화물을 거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통상 물건 하역·운송 한달 후 해당업체에 대금을 지불해왔지만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진 뒤 파산으로 돈을 떼일까 우려한 터미널과 업체들이 대금을 당장 지급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한진해운 미국법인이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에 따른 물류대란과 줄소송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해상법 전문가로 활동하는 김진정 변호사는 “2001년 조양상선 폐업때와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그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앞으로 화물을 둘러싼 줄소송이 벌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매일 2만5,000개의 컨테이너가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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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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