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차의 라디오를 통해 투표 결과를 들었다. 너무도 뜻밖이요, 엄청난 뉴스에 착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까 생각 하다가 내가 왜 이런 고심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사건으로도 착잡한 심정이었다. 둘 다 전혀 예기치 못한 너무도 예상 밖의 사건이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한마디로 미국의 진보사회가 너무 급진함에 보수적인 인구가 제동을 건 것으로 보였다.
잘 알려진 미국의 작가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라는 소설의 제목이 문득 내 뇌리를 쳤다. 그 소설의 제목은 구약성경 전도서 1장 5절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든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에서 가져 온 것이다. 전도서의 1장 11절은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했다.
며칠 전, 10월 30일에 서양 역사의 대 혁명적 사건인 종교개혁 기념예배가 있었다. 내년이 그 주인공인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의 만인성자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내 걸면서 종교개혁의 논쟁이 시작돼 그것이 개혁을 이끌어간 것이 만 500년 되는 해다. 그로 인해서 기독교는 신교와 구교로 갈라졌다. 이 개혁 신교가 유럽에 퍼지고 그 여파로 미국이라는 대륙에 새 식민지가 열리고 또 덩달아서 현대 철학이라는 것이 일어나 민중은 국가 혹은 사회의 지도자들을 생각 없이 복종만 하지 않고 개개인이 생각을 하며 판단을 하고 인류의 문제를 토론하는 세상이 왔다. 이 새로운 풍조는 현사회의 자유와 민주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진보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그러면 구교로 볼 수 있는 가톨릭은 잠자코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종교개혁이 유럽에 퍼지자 이것에 대한 조치로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로 시작한 반 개혁운동을 일으켜 상당한 교회의 자체개혁이 일어났고 그 여파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로서 종교개혁으로 인하여 가톨릭의 개혁과 발전이 함께 일어나게 된 것이다.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예수회 수사로서 교황으로 추대 받은 것도 그 결과로 볼 수 있다.
진보라는 것과 보수라는 것이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이 세상에,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마치 바닷물이 자갈 깔린 해변을 들락날락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도 생각된다. 인류사회는 변화무쌍하지만 이런 귀감은 작은 것이나 큰 것이 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서로 다른 이념이 그 진도의 속도에 차이가 있어 진보적인 사람들은 빨리 앞으로 가지 않는다고 불만이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너무 빨리 앞으로 가는 것이 불안 하다고 여기면서 속도를 조율하려는 마찰로 보면 될 것이다.
요즘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moving forward)”라는 말이 상투가 되었다. 하지만 발전과 진보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목표와 방향으로 가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결론을 내리면서 현직 대통령이 천방지축 선거유세를 했어도 대선 당선자를 대통령 관저에 초대해서 업무인계가 순조롭게 되기를 바라는 그들의 침착하고 신사적인 태도가 놀랍기도 했다. 이제 흥분했던 민중을 안정시킬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특히 한참 앞으로 갔다고 여기면서 가속 하려던 무리는 싫건 좋건 간에 잠시 숨을 돌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해는 다시 뜨게 마련이다.
<
강창욱 정신과 의사 스티븐슨,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