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 일주일 남짓 서부 LA에서 열린 전시회 참석차 집을 비웠다. 그림 뿐만 아니라 입맛들도 발랄한 파리의 아티스트 11명과 미국 거주 작가 3명의 아티스트들이 몰려다니며 음식 맛 좋기로 이름 난 한인 음식점을 돌며 맛 기행을 한 기억이 새롭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매끼 왁자지껄 소란을 떨며 끼니를 해결하다 돌아 온 탓에 집안 텅 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한숨만 내 쉬게 된다.
농담이 아니다. 이럴 땐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우리 인간이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숨 쉬고 먹고 마시고 긴 세월 자신이 엮은 사연과 인연으로 웃다가 울다가 꽉 안아보지도 못할 그림자 같은 인생을 움켜쥐지도 내려놓지도 못하며 떠나 갈 때는 아쉬운 자기 연민만 남으리라.
인생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남은 추억뿐이라 대답하며 오래된 유행가 ‘내 나이가 어때서’, ‘청춘을 돌려다오’란 노래가 새삼스레 절실히 심금을 울리는 것도 다 내려놓은 사람들일 텐데도 “요즈음은 70이란 나이는 청춘의 시작”이라고 억지들을 부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이 70은 억지만 부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나도 가끔은 “참 젊어 보이시네요” 칭찬 인지, 위로 인지, 그저 인사치레용이라는 걸 알면서도 주위의 소리에 현혹되기도 한다. ‘앞으로 내 자신 관리 철저히 하면 다시 시작해도 안 늦었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반 고흐는 겨우 10년 동안에 그 많은 명작을 남겼다니 나도 못하란 법 없지. 내 관리만 잘하면 제 2의 화가 인생도 불가능은 아닐거야.’ 게을러지는 자신을 부추기며 매일 아침 찬 수영장 물에 덤벙 뛰어들어 에어로빅, 요가, 댄스 클래스에서 늙은 말 같은 팔 다리를 휘젓는다. 엉덩이 근육을 올리고 싶으면 더 바짝 조이라고 록 뮤직소리 위로 날씬한 선생들이 소리소리 지른다.
나에겐 꿈이 있다.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교류에서 오는 젊은 기운인지, 아침마다 흔들어대는 헬스클럽 아쿠아 클래스 덕인지, 엄마는 아직 괜찮다 라고 말해주는 두 딸들 덕인지 나이 70에 새로운 젊은 바람을 느낀다.
산보 길, 낙엽 구르는 모습을 보며 오늘따라 유난히 푸른 코발트빛 하늘에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에게 내 꿈을 들어보라 외친다.
<
유수자 베데스다,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