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내각 국무장관 지명자 렉스 틸러슨은
▶ 엑손모빌서 엔지니어로 입사 CEO까지 41년 근무, 사업가적 능숙한 협상능력 외교정책에 발휘 기대

렉스 틸러슨(왼쪽) 차기 국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2012년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환담하고 있는 모습.
<차기 국무장관 지명자 틸러슨은 누구>미국의 차기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렉스 틸러슨(64)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대학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엑손모빌에서 무려 41년째 일해온 전형적인 기업인이다. 석유와 가스사업을 매개로 구축된 전 세계 지도자들과 폭넓은 인맥이 이번에 국무장관으로 발탁되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줄곧 회사의 이익 추구에 활용했던 이 네트워킹을 미국의 국익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냐를 놓고는 벌써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직접 협상한 것은 물론, 미국과 적대적인 제3세계 지도자들과도 ‘석유와 가스’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손을 잡았던 그가 미국의 외교 수장으로서 국익 외교를 어떻게 펼쳐갈지 주목되고 있다
■엔지니어로 입사해 승승장구
틸러슨은 1952년 텍사스주 위치타 폴즈에서 태어났다. 텍사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1975년 졸업과 함께 생산 부문 엔지니어로 엑손에 입사했고 착실한 직장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엑손이 모빌사와 합병하면서 그는 ‘엑손모빌개발’의 부회장에 올랐고, 2006년 리 레이먼드 CEO가 은퇴하면서 엑손모빌의 총사령탑을 맡았다.
틸러슨이 1990년대 후반부터 사내에서 ‘뜨는 별’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러시아 프로젝트’가 결정적이었다. 러시아 관료주의에 막혀 지지부진하던 170억 달러 규모의 근동 사할린 섬 원유채굴이라는 까다로운 사업을 해결해낸 것이다. 월스트릿저널은 그가 당시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과 협상했던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엑손모빌이 러시아의 최대 국영 석유 기업의 하나로 성장한 로스네프트와 협력했던 것도 한 요인이었다. 엑손모빌은 로스네프트와 손잡고 2011년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을 따돌리면서 러시아 북극 석유사업권까지 따냈다.
로스네프트에 엑손모빌의 국외 사업장들에 대한 투자 기회를 주고 대신 북극 러시아 영토 내 자원에 대한 접근을 얻는 방식이었다.
틸러슨은 로스네프트 회장이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이고리 세친의 친구이기도 하다.
2012년 6월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틸러슨은 “두 나라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기업보다 더 좋은 게 없다”며 이 거래의 ‘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 해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을 받았다.
■푸틴과 17년 인연
틸러슨과 푸틴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시절부터 친분을 다져온 ‘17년 인연’으로 전해진다. 틸러슨도 지난 2월 모교인 텍사스대 강연에서 그는 “나는 (푸틴과) 아주 가까운 관계”라며 친분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그는 “그(푸틴)가 하는 것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내가 사업가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내 회사도 러시아에 아주 많은 돈을 투자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릿저널은 전했다.
이 때문에 틸러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후 수위를 높인 대( 러시아 제재에 비판적이었다. 러시아 에너지 사업이 제재를 받으면서 로스네프트와의 합작사업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의 한 전직 이사는 틸러슨이 러시아 제재에 반대했다면서 “그러나 싸우러 법정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진도 마다않는 석유 거물
틸러슨 CEO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진’에도 들어갔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국가 명단에서 상위에 올라있는 차드와 파푸아뉴기니, 베네수엘라, 리비아, 이라크, 앙골라, 적도기니 등이 모두 그가 CEO로 활동할 때 거래했던 나라들이다.
2011년에는 국무부와 이라크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에도 들어갔다.
아프리카 차드 정부와 엑손모빌의 원유사업 수익이 26년째 집권 중인 이드리스 차드 대통령의 독재정권을 유지시킨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6년 세계은행이 차드 정부의 자산을 동결했지만, 엑손모빌은 계약을 유지했다.
틸러슨 CEO는 사업을 위해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집권 시 그를 만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기업들과도 파트너 관계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틸러슨은 러시아와의 폭넓은 관계와 비교하면 중국과는 덜 친한 편이다. 중국 푸젠 성에 대규모 정유 및 석유화학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또 하나의 미국 거대 기업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 경제규모의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무려 2,688억 달러였다. 세계은행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국가 순위로 보면, 엑손모빌이 일개 국가일 경우 41위에 해당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틸러슨이 CEO를 맡기 전 기후변화 협약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오명을 사기도 했으나 최근 입장을 철회했고,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용주의가 엑손모빌의 수장으로서 틸러슨의 지도력을 보여준다고 WP는 평가했다.
■능숙한 협상가 활동 주목
그러나 그가 앞으로 다루게 될 현안은 인권문제에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다른 동맹들의 강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중재 등 훨씬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뉴욕타임스는 틸러슨이 자유무역 신봉자이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슈에 있어서 그의 견해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그가 고민하고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러시아와 관계에서도 틸러슨이 엑손모빌을 경영할 때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 시리아 등의 내정에 지속적으로 간섭하는 것을 틸러슨이 어떻게 볼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조적으로 워싱턴포스트는 21세기에 글로벌 석유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틸러슨이 세계 최대 석유회사를 경영하면서 능숙한 협상가임을 증명했다고 후한 평가를 했다.
그를 트럼프 당선인에게 천거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렉스는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미국 최고 외교관들 이상의 능력을 보일 것”이라며 “어떠한 협상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할 인물” 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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