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파원 면담 방해하고 재미 기자들에 특혜성 연수 제공
▶ VOA 보도에 노골적 불만 표시도…당시 비밀 문건으로 확인
전두환 정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체류 중 소식 전파를 차단하려고 국내외 언론 통제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김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확보해 분석한 비밀 해제 외교문서에 따르면 외무부는 1984년 12월 김 전 대통령의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 면담 추진 정황을 사전 포착하고,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주미대사였던 류병현 씨는 공문에서 "기자단에 김대중 면담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특파원들이 각사 개별 결정에 맡기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본부가 특파원 소속사와 협의해 면담을 거절하도록 조치해주길 건의한다"고 이원경 외무장관에게 요청했다.
이에 외무부는 긴급 전보를 통해 "관계기관과 협의했다"며 "특파원이 정치활동 피규제자와 면담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하니 참석하지 않도록 조치 바란다"고 회신했다.
이 같은 요청과 지시는 외무부뿐 아니라 청와대,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군 정보기관인 보안사 등과도 공유됐다.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합뉴스 조남도 전 편집상무 등 당시 주미 특파원 5명은 "기자로 체면 문제도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면담은 합동통신(연합뉴스의 전신) 해직 기자 출신으로,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미국 체류 중 언론 담당 비서 역할을 하던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으며, 그 상세한 내용도 외교문서로 남게 됐다.
한편, 교포들이 운영하는 언론사 보도를 막기 위해 '당근책'을 제시한 흔적도 발견됐다.
외무부는 1983년 1월 '김대중 도미 이후의 언론 동향 전망 및 대책 자료'라는 제목의 비밀 문건에서 "일부 재미교포 신문 등이 호남향우회와 밀착해 불온 보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책으로 "공관과 공보관이 현지 실정에 맞게 언론인과 관련한 계획을 앞당겨 시행하라"며 '재미 언론인 연수 계획'을 언급했다.
민감한 보도를 무마하는 대신 당시 기자들의 연수 사업을 총괄한 한국언론연수원을 움직여 특혜성 연수 기회를 주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두환 정권은 외교 마찰도 불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정부 산하 국제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 보도 행태를 문제 삼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외무부는 비밀 문건에서 "VOA의 비판 성향 보도 지속으로 한국 이미지에 지장(이 생긴다)"며 "김대중 재미 동정 일체 보도 관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김대중 선전 효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주미공사였던 노창희 씨가 미 국무부 토마스 슈스미스 부차관보를 만나 "VOA의 비판 보도를 즉각 중지토록 조치해달라"고 강력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슈스미스 부차관보가 "VOA 방송 편집은 독립돼 있어 국무부의 정치적 지침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며 난색을 보인 일까지 기록으로 남아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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