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정 한바다 부동산 대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는 특정 스포츠의 인기가 단순한 여가 트렌드를 넘어 주거 공간과 상업용 부동산의 구조, 그리고 개발 전략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인데, 그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이 바로 피클볼(Pickleball)이다.
한때 은퇴자들의 가벼운 운동 정도로 인식되던 피클볼은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소셜 스포츠로 성장하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새로운 공간 수요와 가치 기준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유타주에서는 신축 분양 중인 대형 단독주택 일부가 실내 피클볼장을 기본 설계 요소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피클볼이 고급 주택 시장에서 하나의 프리미엄 어메니티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남가주에 수영장이 있는 주택이 흔하지만, 대지 면적이 충분한 경우 뒷마당에 피클볼 코트를 갖춘 주택이 앞으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피클볼 코트는 여유 공간을 포함해 약 1,800스퀘어피트 정도면 설치가 가능해, 라 킨타나 팜데저트, 랜초 미라지처럼 대지 사이즈가 큰 지역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며,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중심의 주거 문화와 이웃 간 커뮤니티 형성에 매우 적합한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온라인 쇼핑 확산과 소비 패턴 변화로 문을 닫은 대형 리테일 매장과 쇼핑몰 공간들이 피클볼을 중심으로 한 체험형 시설로 전환되기도 한다. LA 다운타운 복합쇼핑센터 더 블록(The Bloc)에 위치했던 메이시스 공간은 약 10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실내 사회형 스포츠 클럽인 ‘Ballers L.A.’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18개의 피클볼과 레스토랑등 결합한 복합 시설로 계획되어 있다.
남가주처럼 상가 임대료와 운영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대형 민간 시설 외에도 시에서 조성한 공원 내 전용 피클볼 코트, YMCA, 멤버십 기반 컨트리클럽이나 테니스·피클볼 복합 클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반대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는 천장고가 높고 넓은 폐점 쇼핑몰 공간들이 피클볼 클럽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이 체험과 체류를 중심으로 한 ‘머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다 작은 규모의 외식과 결합한 피클볼 비즈니스 모델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인 ‘Chicken N Pickle’은 프라이드치킨과 맥주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에 실내외 피클볼 코트를 결합한 콘셉트로, 라스베이거스 인근에서도 성업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수많은 카페와 식당이 피클볼장과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며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고객을 동시에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은 지역의 커뮤니티 실내체육관이나 학교 체육관을 대관하여 피클볼이 클럽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25년 11월 말 입주를 시작한 한국내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실버타운이 실내 피클볼장과 전문 코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례는, 앞으로 신축 아파트와 실버타운, 대규모 주거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 구성에 피클볼장이 표준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피클볼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사람을 모이게 하고, 머물게 하며, 공간의 쓰임새를 바꾸는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에서는 삶의 질과 커뮤니티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공실을 해소하고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대안으로 기능하면서, 피클볼은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스포츠가 공간을 바꾸고, 그 공간이 다시 도시의 풍경과 부동산의 가치를 바꾸는 흐름 속에서, 피클볼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의 (213)626-9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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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정 한바다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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