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서류미비자 추방을 위해서는 판례도 무시하고 관행도 하루 아침이 바꾼다. 30년 동안 일관되게 지켜지던 밀입국자 보석 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 7월 이전에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밀입국자는 보석 기회가 있었다. 밀입국을 한 후 미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서류미비자는 ICE에 붙잡히더라도 범죄 기록이 있거나 테러에 연관된 것이 아니면 보석대상이었다. 보석 심사를 통해서 도주 염려가 없고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 풀려났다. 대개 ICE 차원에서 석방된 상태에서 추방재판을 받도록 했다. ICE가 보석을 해 주지 않으면 이민판사에게 보석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보석이 되면 보석금을 낸 뒤 풀러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추방재판에 출석하면 되었다.
한편 밀입국하다가 국경이나 국경 근처에서 붙잡히면 다른 대접을 받았다. 구금 상태에서 추방수속이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했다. 이 사람들은 이민법 용어로 ‘입국을 원하는 입국신청자’로 분류되어 원칙적으로 누구나 구금되었다. 구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도적 가석방’ 뿐이었다. 이 인도적 가석방은 국토안보부가 인도적인 이유 혹은 공익에 도움이 될 때만 선별적으로 해주었는데, 국경에서 망명을 원하고 그 주장이 어느 정도 말이 되면 가석방 상태에서 망명 수속이 밟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2025년 7월부터 이런 관행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ICE는 국경에서 입국 절차를 밟지 않고 입국한 사람은 미국에서 하루를 살 건 10년 혹은 20년을 살 건 그리고 범죄기록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추방재판이 될 때까지 보석없이 구금된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그래서 인도적 가석방마저 없앴다. 밀입국을 했지만 영주권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도 구속되는 일도 적지 않다. 자진출국을 하지 않고 추방재판을 받고 싶으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연방지방법원에 인신보호영장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민자가 많은 애리조나, 텍사스, 뉴멕시코에는 인신보호영장 신청 케이스가 너무 많아서 연방지방법원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 되었다. 항소법원으로 이 이슈에 대해서 처음으로 판결을 한 뉴올리언스 소재 제5항소법원은 최근 밀입국자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놓았다. 제5항소법원은 2대1 결정에서 미국에 밀입국한 서류미비자는 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았더라도 보석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본 연방정부의 법률 해석이 맞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 구금시설이 제5항소법원 관할지역인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서류미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동안 ICE는 다른 지역에서 체포한 서류미비자들을 구금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이 지역으로 이감해 왔다. 이번 판결로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5항소법원 관할 지역 구금시설에 수감된 서류미비자에게는 인신보호신청의 문이 사실상 닫혔다고 할 수 있다.
시카고 소재 제7항소법원도 제5항소법원과 같은 2월6일 이 이슈에 대한 재판을 열렸다. 아직 제7항소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서류미비자 보석 이슈는 법원간 이견이 많기 때문에 결국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 이것이 실현될 지 알 수 없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는 한 서류미비자들의 삶은 고단할 수 밖에 안타까운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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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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