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문구점에서 풀 한 통 사들고 나오며어깨가 우쭐풀 한 통이면 수십 수백 갈래 흩어진 것들찢어진 것들 반듯하게 하나로 꿰맬 수 있는데말하고 싶어 자꾸만 들썩이는 가벼운 입조…
[2021-02-04]나비는 날아오르는 순간 집을 버린다.날개 접고 쉬는 자리가 집이다.잎에서 꽃으로 꽃에서 잎으로 옮겨 다니며어디에다 집을 지을까 생각하지 않는다.햇빛으로 치장하고 이슬로 양식을 삼…
[2021-02-02]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 채 실려 간다한 시절 누군가의 노래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2021-01-28]가난한 동네에서 돈을 주웠다꼬깃꼬깃한 삶이 느껴졌다주워도 시원찮을 사람이 잃었을 돈이었다지갑 하나 못 가졌을 사람의 돈이었다주운 만큼 더해 돌려주고 싶은 돈이었다무엇에 놀라 내던…
[2021-01-26]내 기일을 안다면 그날은 혼술을 하겠다이승의 내가 술을 따르고 저승의 내가 술을 받으며 어려운 걸음 하였다 무릎을 맞대겠다내 잔도 네 잔도 아닌 술잔을 놓고 힘들다 말하고 견디라…
[2021-01-21]아프고 괴로울 때 강으로 왔다무엇이 간절히 그리울 때 강으로 왔다기다림에 지쳤을 때 강으로 왔다억울하고 서러울 때 강으로 왔다미움이 가시지 않을 때 강으로 왔다분노가 솟구칠 때 …
[2021-01-19]방파제를 바라보며 엉거주춤 주저앉은 포장마차는바람이 불 때마다 곧 날아갈 듯 죽지를 퍼덕인다노가리를 구워놓고 재채기하듯 이별을 고하는 남자그 앞에서 여자가 운다, 나는 번데기를 …
[2021-01-14]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 된 일이다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하마터면 모를 뻔하였지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 된 일이다서…
[2021-01-12]즐거워지려거든 노랑 양산을 펴 봐다정해지려거든 면장갑을 껴 봐모란 잎이 양산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아노래를 불러도 즐거워지지 않는다면면도날로 악보를 갈기갈기 찢어 봐코. 펜. …
[2021-01-07]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
[2021-01-05]별들이 우리를 보며 눈빛을 반짝이는 거라고 믿었다밤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꿈꾸었다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고사람들은 모두 선한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2020-12-31]한 끼 분인밥그릇 속이 깊다밥 한 그릇이면슬픔을 면하고죄 짓는 일을 피할 수도 있겠지요만한 깊이라면발을 헛디뎌 넘어질 만한함정이 될 수도 있겠다나는 힘들게 살아가는 자라밥그릇 속…
[2020-12-29]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 보리라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
[2020-12-24]찰랑찰랑 넘칠 때는 깊이를 몰라낮밤 없이 은빛 수면 다녀가는 것들짚새기로 닦아낸 노줏발처럼은밀한 추억 되어 반짝, 반짝이더니오랜 가뭄 끝의 바닥사소한 부주의가 하나 둘 시나브로 …
[2020-12-22]아버지 모처럼 기분이 좋으시다 노란 금시계를 내밀며, 이거 봐라 오늘 집에 오다가 횡재했다 십만 원짜리를 삼만 원에 샀다. 허어, 이 비싼 걸 그리 싸게 주다니 검게 그을린 팔뚝…
[2020-12-17]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잊지 않게 하시고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고마워하게 하소서.겨울에 살게 하소서.여름의 열기 후의 낙엽으로 날리는한정…
[2020-12-15]한겨울 날아드는 철새 떼는전깃줄부터 팽팽하게 맞춘다봄부터 가을까지 마음 열고 있는 전깃줄을오동나무 공명판에 걸어놓고바람으로 연주한다산조가야금 소리 들판을 가로질러갈 때저수지의 물…
[2020-12-10]변소에 들어가면귀뚜라미들 울지도 않고못대가리처럼 벽에 조용히 붙어 있네볼일을 끝내고다시 방에 들어와 있으면금세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리지귀뚜라미야!귀뚜라미야!아무도 없는 데서나도 …
[2020-12-08]새에게 내 밥을 주고내가 새의 모이를 쪼아 먹는다길 없는 길을 걸으며아무리 배가 고파도새에게 내 밥을 다 주고내가 새의 모이를 평생 쪼아 먹는다새가 내 밥을 맛있게 먹고멀리 하늘…
[2020-12-03]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살아봐야지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공처럼, 탄력의 나라의왕자처럼가볍게 떠올라야지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둥근 공이 되어옳지…
[2020-12-01]‘2025 한국일보 오픈 겸 뉴욕한인골프협회 왕중왕 골프대회’가 지난 11일 뉴욕주 스프링밸리 소재 뉴욕 컨트리클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
메릴랜드코리안페스티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메릴랜드 한인사회의 최대축제인 코리안페스티벌이 세대와 인종을 넘어 한류를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으로…
13일 북가주 샌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테디엄에 5만여 명의 관중들이 몰렸다. 손흥민의 LAFC와 샌호세 어스퀘익스 간 MLS 경기를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