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속도 없다빛나는 나이테도 없다안팎을 들락이는 바람 소리뿐어느 하루 나 쓰러진다고기뻐하지 마라얼마나 많은 해와 달이여기 등 기대앉은 사람들의한숨과 이야기들이나와 함께 사…
[2020-09-17]여문 씨앗들을 품은 호박 옆구리가 굵어지고매미들 날개가 너덜거리고쌍쌍이 묶인 잠자리들이 저릿저릿 날아다닌다얽은 자두를 먹던 어미는 씨앗에 이가 닿았는지 진저리치고알을 품은 사마귀…
[2020-09-15]아침에 어머니가 쌀을 씻으며 말하신다.사람은 빚 없이 산다지만 다 빚으로 산단다.저 꽃나무도 뿌리를 적신 이슬에게 빚졌지구름도 하늘이 길 하나 빌려 주지 않으면어떻게 구름이 구름…
[2020-09-10]이른 아침에 원시의 밥을 먹고포스트모던하게 핸드폰을 들고중세의 회사에 나가근대적 논리로 일하다가현대의 술집에서 한잔하고본능의 잠을 자는 나날들돌아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습관들이만…
[2020-09-03]불이 잘 안 붙네 형부는 번개탄 피우느라 눈이 맵고 오빠는 솥뚜껑 뒤집어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고기 더 없냐 쌈장 어딨냐 돗자리 깔아라 상추 씻고 마늘 까고 기름장 내올 때 핏물이…
[2020-09-01]하루치의 기차를 다 흘려보낸 역장이 역 앞의 슈퍼에서 자일리톨 껌 한 통을 권총 대신 사들고 석양의 사무실 쪽으로 장고나 튜니티처럼 돌아가는 동안과세간의 계급장들을 하나씩 떼어부…
[2020-08-27]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우리 집 빵 사가세요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붉은 신…
[2020-08-25]할인매장에서 구두 한 켤레 샀어신자마자 발뒤꿈치 발가락 발등까지일제히 전해오는 부적응의 아우성새것은 헌것을 억누르려 하고헌것은 새것을 길들이려 하지만삶이란 언제나 싸우며 정분나는…
[2020-08-20]그 물에 두레박을 내려 달을 길어본 적 있니그 달을 마시고 꽃을 토해본 적 있니그 꽃 속에 들어가 한잠 늘어지게 자본 적 있니그 잠 속에서 꿈을 불러 엄마를 만나본 적 있니그 품…
[2020-08-18]죽은 나무에 깃들인 딱따구리 한 마리숲을 울리는 저 조종 소리푸른 귀를 열어 그늘 깊게 듣고 있는고개 숙인 나무들의 생각을 밟고 돌아다음은 너너 너 너 넛,다시 한번 숲을 울리는…
[2020-08-13]내가 신을 신고 댕기는 줄 알았는디이,어느 날 보니께 신이 나를 지고 다니는 거시여.쉬는 참에 벗었는디 고것들 어깨에 핏물이 들었더라고.평생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을까이.여린 몸땡…
[2020-08-11]붕어빵 민희 씨가 빵틀을 돌린다누구나 직업으로 세상을 헤엄치듯민희 씨도 세상 위에 연탄 한 장 올려놓고우리 골목 초입을 열기로 데운다오늘도 민희 씨는눈이 많이 내리면 이글루를 지…
[2020-08-06]아파트로 이사한다는 소리를 들었는지사나흘 밥도 안 먹고먼 산만 바라보는 개십년 한솥밥이면 어슬녘 노을도 쓸어준다고개 묻고 시무룩한 모습이 안쓰러워내 생일에도 끓여주지 않던 소고깃…
[2020-08-04]느티나무 아래서 평상에 앉아부채질을 하며말복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달려오던 빨간 자동차가 끽 멈춰섰다운전석 차창이 쏙 열리더니마흔 살 될까 말까 한 아줌마가고개도 까딱하지 않고- …
[2020-07-30]밥 먹으러 오슈전화 받고 아랫집 갔더니빗소리 장단 맞춰 톡닥톡닥 도마질 소리도란도란 둘러앉은 밥상 앞에 달작지근 말소리늙도 젊도 않은 호박이라 맛나네,흰소리도 되작이며겉만 푸르죽…
[2020-07-28]함양 마천 피아골에 가면외팔로 탁, 탁 짜장면 가락을 뽑아내는그 사내가 있다구로공단 생활 25년으로한쪽 팔을 잃고 웅크린 한쪽죽지 잃은 새가 되어절뚝거리며실상사 근처로 내려앉은 …
[2020-07-23]잘 나가다 실패한 형님을 만났다자네 풍선을 터뜨려본 경험이 있는가삶도 불다가 터진 풍선 같지어느 정도 불면 잘 가지고 놀아야 해최병근 ‘실패의 힘’풍선을 불다가 터트려본 경험이야…
[2020-07-21]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온 날은내 입던 옷이 깨끗해진다멀리서 부쳐 온 봉투 안의 소식이나팔꽃 꽃씨처럼 우편함에 떨어진다그 소리에 계절이 활짝 넓어진다인간이 아닌 곳에도 위대한 것…
[2020-07-16]비 갠 아침 밭두둑 올려붙이는 바로 그 앞에두더지 저도 팟팟팟 밭고랑 세우며 땅 속을 간다꼭 꼬마 트랙터가 땅 속 마을을 질주하는 듯하다야, 이게 약이 된다는데 하며 삽날 치켜들…
[2020-07-14]해적의 노래를 부르며 간다그 동안 얼마를 모았건얼마를 잃었건아이야 아오아양팔에 힘을 주고 타륜을 돌리자돛이 그리는 구름이물살을 따라 뒤노는 물고기가모두 내것이라 해도그저 아오아 …
[2020-07-09]‘2025 한국일보 오픈 겸 뉴욕한인골프협회 왕중왕 골프대회’가 지난 11일 뉴욕주 스프링밸리 소재 뉴욕 컨트리클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
메릴랜드코리안페스티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메릴랜드 한인사회의 최대축제인 코리안페스티벌이 세대와 인종을 넘어 한류를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으로…
13일 북가주 샌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테디엄에 5만여 명의 관중들이 몰렸다. 손흥민의 LAFC와 샌호세 어스퀘익스 간 MLS 경기를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