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톰슨의 변신, 모니카 벨루치의 관능, 줄리엣 비노쉬의 경쾌함. 할리우드 대작이 줄어들면서 올 베를린영화제에 ‘스타’들의 발길이 뜸하다. 그러나 여우주연상만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유의 엄격한 영국식 발음으로 ‘센스 앤 센서빌리티’ ‘전망 좋은 방’등 주로 고전극에 출연해 탄탄한 이미지를 다져온 엠마 톰슨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위트’에서 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영문학자 비비앤 베어링으로 분한 엠마 톰슨은 죽음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짐을 느끼는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그는 삭발까지 해가며 사실적이면서 성숙한 연기를 보였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받고 있다.
성장영화인 ‘시네마 천국’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신작 ‘말레나’의 모니카 벨루치는 ‘라파르망’으로 한국에 소개된 여배우이다. 1940년대 무솔리니 통치 시대의 고루한 마을에서 남편이 죽은 뒤 결국 몸을 파는 여자로 전락한 여자 말레나 역을 멋지게 역을 소화했다. "소피아 로렌, 지나 롤로브리지다, 실바나 망가노 처럼 고전적인 여성상을 보이고 싶었다"는 말처럼 그는 ‘말레나’에서 관능성과 아름다움을 지닌 ‘숭고한 타락녀’를 충실히 수행했다. 관음의 대상인 말레나와 12세 소년 레나토는 영화 마지막 한 장면에서만 대화를 나눌 뿐이지만, 관능적인 말레나를 관찰하는 레나토를 통해 영화의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된다.
산뜻한 코믹 연기로 색다른 모습을 보인 줄리엣 비노쉬의 매력적인 모습도 눈길을 잡는다.
’길버트 그레이프’ ‘사이더 하우스’ 등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덴마크 출신의 라세 할스트롬의 달콤한 코미디 ‘초콜릿’ 에 출연한 그는 초콜릿 가게를 열어 1959년 프랑스 작은 마을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초콜릿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상징물이다. 그것은 달콤하면서도 불안하다. 마치 여자의 생리처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도발적으로 영화를 소개한 그는 "나 같은 사람이 코미디를 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는 본인의 설명에도 불구, 호평을 받아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양들의 침묵’에서의 조디 포스터를 능가하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니발’(리들리 스콧 감독)의 줄리언 무어는 이 영화가 여주연상 후보에서 제외된 본선 특별상영작에 머문 것이 서운할 지도 모르겠다. 우발적인 총기사고로 조직 내에서 입지가 약해진 FBI 요원 메이슨 버거(개리 올드먼)가 쳐놓은 올가미에 갇히는 역할을 만만찮은 실력으로 소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매그놀리아’에서 두드러진 ‘팜프 파탈’(악녀) 연기를 선보엿고 ‘하니발’ 에서 대담함과 섬세함까지 겸비해 확실히 스타로서 이름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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