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윤리의 실천’이란 말이 있다. 정치는 단순히 누가 권력을 잡는가를 놓고 벌이는 게임이 아니라 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수단이란 이야기다. ‘정(政)은 정(正)’임을 설파한 공자에서 ‘국가론’을 통해 이상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한 플라톤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성현들이 어떤 정치를 펴야 나라가 제대로 되는가를 여러 가르침중 으뜸으로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수개월간 LA를 시끄럽게 하던 시장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가주 공화당의 궤멸이다. 시장 후보도 그렇고 검사장 후보도 그렇고 그 외 시의원이나 교육위원 후보들을 살펴봐도 공화당 색깔이 흔적이나마 묻어 있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다. 제임스 한 당선자도 리버럴 성향이 뚜렷한 인물이고 노조 운동가 출신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는 민주당에서도 좌파에 속한다. 검사장 후보로 나온 마이크 퓨어 LA시의원은 골수 리버럴이고 예상을 깨고 검사장에 당선된 락키 델가디요도 ‘신민주당원’간판을 내걸었지만 역시 민주당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번 대선 때 LA가 2대 1로 고어에게 몰 표를 준 점을 기억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LA는 물론 가주 전체를 봐도 공화당 공직자는 씨가 마른 형편이다. 레이건이 8년 간이나 주지사를 지내고 80년대까지 만도 공화당의 아성이던 가주가 왜 이렇게 됐을까.
가주 공화당을 몰락케 한 1등 공신을 찾자면 첫 손가락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피트 윌슨 전 가주 지사가 그 사람이다. 1994년 경기 불황으로 재선이 어렵게 되자 불법체류자에게 사회복지 혜택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 프로포지션 187을 들고 나왔다. 이 안은 불경기 탓을 이민자에게 떠넘기려는 백인 보수표를 자극, 윌슨을 재선시키는데는 도움을 줬지만 가주 전주민의 1/3이 넘는 라티노들로 하여금 공화당을 적으로 여기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후 이 발의안은 연방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아 시행조차 되지 못하고 사장됐다. 이로 인해 공화당은 윌슨의 재선이외에는 별 소득도 없이 두고두고 소수당의 설움을 맛보는 신세가 된 것이다. 지금 윌슨은 공화당 내에서도 기피 인물로 낙인 찍혀 행사장에 초대조차 되지 않는다.
가주 공화당의 몰락은 자업자득으로 치더라도 과연 한 당이 이처럼 공직을 독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어떤 정당이든 장기집권이나 일당독재를 하면 부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다시 가주민들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잘못을 속죄하는 뜻에서 획기적인 친이민 정책이라도 내걸어야 할 형편이지만 온건파와 보수파의 내분으로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그것도 요원한 얘기다. 가주 민주당 전성시대는 당분간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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