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공부 모임의 열기는 진지하고 뜨겁다. ‘시와 사람들’동인들이 함께 모여 시를 공부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문학 동아리‘시와 사람들’
‘이름없는 별들이
떼지어 우르르 몰려와
뒤뜰에서 나를 부른다……그래
산다는 것은 새벽 슬픔 같은 것……훗날 너들 곁으로
가는 날
보드라운 명주옷 갈아입고……’
별에 관한 시 한 편이 낭독됐다. 비평이 줄을 잇는다.
“‘떼지어’와 ‘우르르’는 겹치네. 하나는 빼죠”
“‘슬픔’은 너무 직설적이지 않나요? 좀 더 은유적인 걸로 바꿨으면 하는데-”
오전 10시, 부에나팍의 한 식당에 모인 20명 가까운 ‘시와 사람들’ 동인들이 시 공부에 한창이다. 6년 전부터 시인 문인귀씨의 지도로 시를 공부하고 있는 모임이다.
회원들 중에서 기성 문인은 지역 별로 2주에 한 번, 기초과정인 창작교실 참석자는 매주 모여 시를 배운다. 시제가 정해지면 한 편씩 시를 써와 발표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부지런한 회원은 한 달에 시 6~7편을 들고 오기도 한다.
이날의 시제는 별. 이들의 별 이야기는 뒤뜰에서 바라본 별 뿐 아니라, 라스베가스의 휘황찬란한 별에서 군대의 장군 별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래서‘시와 사람들’이 모인‘조선옥’식당은 이날 아침 갑자기 별빛 찬란한 아침이 돼 버린다.
어디에 잠복돼 있든 평생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 문학 열정의 특성. 남가주에서 가장 오래된 창작교실로 원로시인 고원씨가 지도하는‘글마루’나 ‘시와 사람들’등은 이같은 문학 열정을 시로, 혹은 소설이나 수필로 다듬어 내는 곳이다. 감수성의 상태에 머물러 있던 문학은 이 과정을 통해 형상화 된다.
이민 1세들의 문학은 정신적으로나 생활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시점에서 재점화 되는 것이 특징이다. 비로소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시와 사람들’동인 중에는 68세가 되서야 문학을 시작한 이가 있다. 회원의 평균 연령도 50대 중반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민 문학은‘만년(晩年) 문학’의 일면을 지니지만 늦게 시작한 문학을 열병으로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인귀씨는 “‘시와 사람들’은 자기의 삶을 바라보고, 시를 통해 자신을 다스리며, 지역사회에도 시로 도움을 주자는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이렇게 모이면 옆에서 모자란 점은 지적해주고,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서로 격려와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10년이상 계속되고 있는 ‘오렌지 글사랑모임’(회장 정찬열)도 창작을 공부하는 문학 동호인 모임이다. 수필문학가협회(회장 조만연)도 수필문학 지망생들을 준회원으로 받아 들여 거의 매달 수필공부의 기회를 제공한다. 매월 열리는 미주 한국문협의 장르별 토방은 기성문인 모임이긴 하나 작품을 발표하고 서로의 문학을 다듬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사이버대학으로 진학한다. 보다 체계적으로 문학과 창작을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시인 한길수씨는 “국문과나 문예창작과가 개설된 한국의 온라인 대학은 6개 정도로 소설가 홍미경씨 등 남가주 문인들도 여기서 공부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 자신 각고의 노력 끝에 140학점을 따내 이번에 경희 사이버대학 미디어 문예창작과를 졸업한다.
미주 한국문협 송상옥 회장은 “문인들은 자주 모여야 한다. 그래야 자극도 받고, 창작의욕이 고취된다”며 이같은 문학 모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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